상반기 소주사 매출 성장… 지방소주사까지 부진 탈출맥주 비롯해 와인, 위스키 시장 매출 감소세 이어져‘라인업 늘렸는데…’ 불황형 상품 소비에 커지는 실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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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주류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성장했던 주류업계의 성수기도 잠시였다. 올해 들어 주류 전반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소비침체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주의 매출만 성장하면서 불황형 소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맛있고 비싼 술 대신 저렴한 소주를 찾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소주’의 시간이었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별도 기준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신장한 65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매출도 1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지방 소주사도 모처럼 성장세로 전환했다. 무학은 상반기 매출이 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고 보해양조도 상반기 매출이 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신장했다. 

    소주 전반의 시장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다만 이런 실적에 주류업계가 웃지 못하는 것은 소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주류 매출이 감소했거나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맥주 매출이 3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성장에 그쳤다. 롯데칠성도 소주 외의 대부분의 주류 상품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맥주의 매출은 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지만 맥주 성수기인 2분기만 보면 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이 외에 청주(-2.4%), 와인(-5.6%), 스피릿(-19.6%) 상품군 모두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와인과 위스키의 붐이 일었던 것도 모두 옛 이야기가 됐다. 소주를 취급하지 않는 주류업계의 타격은 더 크다. 

    신세계그룹의 주류계열사 신세계L&B는 상반기 매출이 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었다. 매출 감소에 따른 순손실 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한 731억원에 그쳤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량은 2만446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량 역시 1만2663t으로 전년보다 24.9% 줄었다. 이 감소분이 반영된다면 하반기의 실적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 

    롯데마트의 주류 특화매장인 보틀벙커 창원점이 최근 폐점을 결정한 것도 상징적인 현상이다.보틀벙커 창원점은 주류 특화매장 2호점으로 2022년 문을 열었지만 와인 수요 감소로 인해 2년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과 위스키 붐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주’만 잘 팔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주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비교적 저렴하면서 높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것. 큰 비용 부담 없이 구매가 가능해 다른 주류의 대체제가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종합주류 라인업을 강화한 주류업계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소주제품을 한정출시한 이후 올해는 별다른 계획을 잡지 않고 있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모두 소주, 맥주 외 제품 라인업을 크게 늘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