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文정부 실패한 정책 재추진… 자가당착에 빠진 꼴민생지원금 취지와 현실 동떨어져…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탈원전 후유증 겪고도 재생에너지… 기업 옥죄는 노봉법까지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수차례 자행돼 온 대표적 분배정책인 '민생지원금' 추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자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러 차례 집행한 민생지원금이 물가 폭등과 재정 악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던 만큼 균형된 경제 정책 집행과 경기 부양을 위해 '성장' 위주의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했음에도 자가당착의 행보로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19일 대표 취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시행하려는 민생 과제'를 묻는 질문에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민생 지원금 소비 쿠폰 지원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날 당대표 연임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힘으로 멈춰 선 '성장'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는 배치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성장'을 꺼내들자 '분배'에 방점을 둬온 민주당 노선에도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한 고물가와 재정 악화 속 인기관리용 포퓰리즘 카드로 '13조원 현금살포법'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은 대규모 국가 재정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취지지만, 이같은 발상은 현실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다. 2020년 문 정부가 14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약 30%만이 소비에 쓰였고 나머지 70%는 저축과 빚 상환에 활용돼 소비증진 효과가 미비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는 자명하다.

    이렇게 실패한 전례가 있음에도 민주당은 해당 정책에 국가 예산 십수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병태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정책 목표가 불분명한 현금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해당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재정 상황이 어려운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줘야 한다. 아무에게나 다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걷힌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9조1000억원 줄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에도 10조원대의 세수 결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월 기준 누적 74조4000억원 적자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으로 지출이 크게 늘었던 2020년 1~5월(-77조9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작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55.2%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만큼 빚을 더 내도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채는 △일본(252.4%) △이탈리아(137.3%) △미국(122.1%) 등 주요 7개국(G7)에 비해 낮다.

    다만 이들 국가는 금리 상승 부담 없이 부채를 조정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 하락 부작용이 적은 기축통화국인 반면,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국채 수요가 기축통화국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국가채무가 불어나면 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부채 현황을 타 비기축통화국과 비교하면 돈을 더 뿌릴 여력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포인트(p) 증가했다. 비기축통화국 11개국 중 싱가포르(63.9%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2029년 59.4%로 싱가포르(165.6%) 이스라엘(68.5%)에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 세 번째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이 대표는 "경기 침체기인 지금이 바로 국가가 투자할 때"라며 "특히 시급한 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촉망받던 원전 산업을 등진 문 정부 시절 민주당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문 정부는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했고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한 바 있다. 이후 2019~2020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정지 등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이며 탈원전 정책을 고집했다.

    이로 인한 원자력 이용 감소에 따른 피해액은 상당했다. 서울대 원자력 정책센터가 작년 5월에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 피해액은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반(反)기업적 성향이 더욱 뚜렷해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된다면 우리 경제 기반은 진정 위태로워질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해 온 노란봉투법은 △법에 의한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입은 손해에 배상 청구 불가 △노무 제공 거부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배상 청구 불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단결권 행사 보장 △해고자 노조 활동 허용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재계를 위축하는 법안들은 수출과 내수에 큰 축을 맡는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는 전반적인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일자리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2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로 '성장'과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성장',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론 잦은 '정쟁'에 방점이 찍혔으니까 말이다. 

    경제학계는 이러한 이 대표의 취임 일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가 끊임없이 정쟁을 조장하면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등 근본적인 정책 기조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장' '민생' 일성이 진정성 없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