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최대 6500억 후순위채 발행… 인수 실탄 마련 큰 그림M&A 1원칙 '주주가치제고'라면서 실익 적은 MG손보 인수전 참여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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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금융지주
    MG손해보험 인수전에 갑자기 등장한 메리츠화재의 완주 의지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가에 맞먹는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섰다. 

    자금 확보 루트를 보면 인수전 참여 '큰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우량자산만 떼어 인수하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7월 이사회 전부터 인수전 참여 결정한 듯… 28일 후순위채 발행

    2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오는 28일 최소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대표 주관사단과 증액 규모를 논의 중이다. 최대 6500억원까지 발행을 고려한다고 밝혔던 메리츠화재는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 5930억원의 투심을 확인했다.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당장 자금조달이 급하지 않다. 4000억원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 차환 목적으로 보인다. 나머지 최대 2500억원은 MG손보 인수가로 거론되는 2000억~3000억원 범위다. 시장에서 이번 조달을 M&A(인수합병)용으로 추측하는 이유다.

    메리츠화재의 이번 발행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후순위채 발행액 한도를 7월 이사회를 거쳐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액했다. 이번 조달이 인수용이라면 인수전 참여 결정은 이사회 이전에 이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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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G손해보험
    ◇메리츠금융 "M&A 1원칙은 주주가치제고"… 1조 정상화 자금 드는 MG손보 택한 배경은

    다만 메리츠화재의 실익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예비입찰과 실사를 건너뛰고 지난 8일 3차 매각 재공고 입찰에 바로 참여한 만큼 정보력에서 다른 두 사모펀드보다 뒤처진 상태다. 인수전 참전은 분위기 파악용, MG손보 내부 정보를 노린 것이라는 일부 해석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의 M&A 3원칙은 △가격 적절성 △감당 가능한 리스크 규모와 성격 △인재 확보 여부라고 밝혔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보면 MG손보 인수 시 정상화를 위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 투입돼야 하는 점과 1% 수준의 미미한 손보시장 점유율은 인수전에 뛰어들 유인이 되기 힘들다는 평가다. 

    M&A업계 관계자는 "MG손보 인수에 나선 원매자 전원이 일반적인 주식매각방식 방식이 아니라 자산부채이전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안다"며 "우량자산만 떼어 가져가고 예보의 공적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유리한 딜"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사도 안 한 회사 입찰에 참여하는 게 대형사로서 쉬운 결정이 아닌데 우량자산만 인수할 생각이라면 갑작스러운 등장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매각을 금융위원회 위임으로 맡아 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잇따른 유찰에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이라는 선택지를 열어뒀다.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 인수할 수 있는 안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고용승계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MG손보 노조는 이 점을 들어 메리츠화재가 P&A 방식을 노린다는 의구심을 내비치며 어떤 인수자건 고용승계를 약속하라고 요구 중이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보 지부장은 "메리츠화재가 P&A 방식을 이용해 MG손보의 우량자산, 7000억원의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예보에서 지원하는 5000억원의 공적자금 등 실속만 편취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는 이와 관련해 메리츠화재와 예보에 취재를 시도했지만 두 곳 모두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