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 스페인 공장 투자 연기SK넥실리스, 폴란드 공장 가동 시점도 조절동박 공급 과잉 2027년까지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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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에 따라 배터리용 동박 생산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SKC,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공급 과잉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등 장기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완공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 6월로 연기하고, 여기에 올해 투입 예정이던 투자액을 18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줄인다고 공시했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스페인에 총 56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톤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향후 유럽 내 생산능력(CAPA)을 10만톤까지 확대, 신규시장을 개척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였다.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중장기 사업 안전성 강화를 위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공장 건설 몫으로 설정해둔 5600억원은 속도를 늦춰 2027년 완공 시점까지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아울러 6000억원을 투자하는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시기도 조절했다. 당초 올 연말까지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현재 4만톤에서 5만톤 추가 증설해 총 9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기한을 오는 2028년 말까지로 늦춰 잡았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한 2627억원의 매출을 달성,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99.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고객사 다변화와 북미향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결과로, 동박업계에선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하반기에는 전방산업 부진, 미국 대선 등 정책 변동성 확대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 증설을 연기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동박 투자 계획 수정도 불가피했던 결정으로 풀이된다.앞서 SKC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동박 출하량이 연초 예상 대비 10만t, 약 30% 가량 축소됐다며 출하량을 재설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의 폴란드 동박 공장 준공 및 가동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SK넥실리스는 2분기 374억원의 영업손실을 실현했다.이차전지 업계에서는 동박시장의 공급과잉 상황이 2027년 전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초과 공급 규모는 올해 2만t, 2025년 11만t, 2026년 8만t, 2027년 6만t 등 향후 3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우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주장하며 전기차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