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근속인센티브 지급 두고 LP(보험설계사)-사측 공방전"우리 실적 적립했으니 정산해달라" vs. "퇴직금 아닌 인센티브, 중간정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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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과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LP(Life Partners·보험설계사)들이 퇴직금 성격을 띤 장기근속인센티브(LTI·Long Term Incentive) 지급을 두고 2년 여의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약 400억원의 LTI를 지금 정산해 달라는 설계사 측과 개정된 조건에 부합하면 지급하겠다는 사측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소송 중인 설계사 가운데 사측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주지 않으려는 명분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법무팀 직원 "LTI 퇴직금으로 인식" 증언… 재판 향방 가를까

    23일 뉴데일리 취재 결과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는 KB라이프파트너스 LP 87명이 KB라이프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 대한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옛 푸르덴셜생명의 전 법무팀 직원 A씨가 "LTI를 퇴직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LTI는 LP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2008년 제정된 인센티브 제도다. LP들의 종신보험 모집 건수 등 실적을 반영해 차등으로 회사가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장기근속 요건을 충족하면 지급했다. 이에 LP들은 LTI가 장래에 받기로 한, 미지급 커미션 개념이라며 정산을 주장하고 있다.

    원고들은 옛 KB생명과 합병되기 전 푸르덴셜생명에서 장기 근무했던 보험설계사들이다. 자발적이 아닌 강요에 의해 해촉돼 현재 소속사 KB라이프파트너스로 옮기면서 정산 받아야 할 LTI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피고인 사측은 LTI의 최종 개정 기준을 충족하는 LP들에게만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LTI를 퇴직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이날 재판정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퇴직금으로 볼 수 있다면 LP들이 원하는 중간 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은 은혜적 차원에서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이라는 논리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LP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취업 규칙을 적용받지 않아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닌 점도 언급했다.

    이에 증인 A씨는 "법무팀에서 근무할 당시 LTI가 도입되면 LP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회사에 보고했을 만큼 사내에서 LTI를 사실상 퇴직금으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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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급조건 바꿀 땐 "동의 필요없다"더니 합병 땐 '동의서' 받아

    원고들은 회사가 임의로 조건을 높여 지급을 까다롭게 바꾼 점도 지적했다.

    LTI의 제정 당시 지급 조건은 △위촉기간 10년 이상 △만 45세 이상 △LTI 기준액 3000만원 이상 △2011년 이후(포함) 해촉자였다.

    이후 2017년 개정본에서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위촉기간 20년 이상 △만 55세 이상 △LTI 기준액 5000만원 이상 △2011년 12월(포함) 이전 위촉자다. 공통적으로 LTI를 지급 받은 후 5년 내 이직하면 인센티브를 반환해야 한다.

    사측은 지급 기준을 다수가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센티브의 특성 상 회사가 조건이나 지급 여부를 정할 수 있고 직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측이 먼저 언급한 '채무인수계약', 자승자박될까

    또 하나의 쟁점은 회사 합병 시 푸르덴셜과 KB라이프파트너스 간 LTI 프로그램에 대한 '채무인수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변론기일에서 피고측 대리인이 밝힌 것이다. LTI를 채무로 인식하고 넘겨 받았다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채권 성격을 회사가 인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원고측 대리인은 "채무인수계약을 맺었다는 건 LTI의 법적 지위가 채무라는 것을 사측도 인정한다는 의미고 대외적 표명이 '채권채무관계'로 이뤄진 것"이라며 "인센티브라 동의 없이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회사 합병 때는 동의서를 각 직원에게 받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측은 합병 준비 과정에서 KB라이프파트너스로 LTI 프로그램이 이전 되는 것에 대해 직원 동의서를 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참고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공정위가 LTI건을 일방적인 미지급으로 판단할 경우 불공정거래 과태료나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

    KB라이프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KB라이프가 지급해야 할 LTI 규모는 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4차 변론 기일은 11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