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 원·달러 환율과 유가 급등 우려작년 이어 올해도 해상 운임 급등할 듯전문가 "대외 불확실성 선제 대응 필요"
  • ▲ 2024년 8월 25일 이스라엘 북부 상공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요격한 헤즈볼라 무인기. ⓒAFP=연합
    ▲ 2024년 8월 25일 이스라엘 북부 상공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요격한 헤즈볼라 무인기. ⓒAFP=연합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새벽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전면 충돌하면서, 다시금 우리나라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중동 긴장 고조로 원·달러 환율, 유가 등이 급등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수입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오르면 1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무역수지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중동발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 원·달러 환율의 반등폭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며 1320원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28.0원)보다 3.0원 내린 1325.0원에 출발했다.

    달러와 함께 기름값도 오를 일만 남았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중동 사태가 발생 시 글로벌 투자은행과 세계은행 등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폭등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세계은행(WB)은 중동 사태가 확전되면 최고 15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산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배럴당 127.99달러까지 올랐다. 

    실제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82달러(2.49%) 급등한 배럴당 74.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 대비 1.80달러(2.33%) 오른 배럴당 79.02달러에 마감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지이자 운송 경로인 중동 지역의 전쟁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16년 85.9%에서 2021년 59.8%로 5년간 약 26.1%p(포인트) 감소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글로벌 원유 지형 블록화 기조의 영향으로 2022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7.6%p 증가하며 67.4%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72.8%로 추가 확대됐다.
  • ▲ 부산항 ⓒ연합
    ▲ 부산항 ⓒ연합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면 해상 운임도 하반기에 더욱 급등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976포인트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2319p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 연간 물동량의 4분의 1가량은 중동 항로를 통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 물가는 중동 위기 영향으로 이미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수출입 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지수는 전달에 비해 0.4% 올랐다. 수입 물가지수는 올해 1~4월 오르다가 5월에는 하락(-1.3%)했으나 6월에는 상승(0.6%)으로 전환했고 7월에도 상승을 이어갔다. 

    업계 안팎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로 플러스 기조를 유지 중인 무역수지의 흑자 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흑자는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1~7월 누적 흑자 규모는 267억 달러로, 지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나아가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목표인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동 지역 분쟁 확산으로 해운 운임 상승 및 운송 지연, 국제 유가 상방 압력 확대, 분쟁 당사국 및 주변국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역내 긴장 장기화 시 원자재 중심의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확대와 더불어 유럽,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교역 차질, 이집트과 동유럽 내 우리 제조 시설에 대한 부품 공급 비용 상승이 예상되며, 전면전 확장 시에는 중동 지역과의 전반적인 경제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동 지역 분쟁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사태의 불확실성이 크며, 경우에 따라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재고조 등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이고 다각적으로 대응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전날 대규모 미사일 공방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공격 조짐을 보였다며 전투기 100여기 등을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표적을 선제 타격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320발이 넘는 로켓을 쏟아부으며 최근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피살에 대한 보복 개시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