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딥시크, 가격·성능 파격적업계, 미중 AI 패권 역전 우려트럼프, 대중제재 강화 가능성 대두
  • ▲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연합
    ▲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연합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를 앞세운 미국의 AI(인공지능) 패권이 중국의 도전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챗GPT와 비슷한, 일정 조건에선 오히려 더 뛰어난 AI를 훨씬 저렴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AI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왔는데, 이게 오히려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의 탄생을 자극했다는 '부메랑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창의적 도전을 자극… '스푸트니크 모먼트'

    28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업계에선 딥시크의 등장을 '스푸트니크 모먼트'로 평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X(옛 트위터)에서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 모먼트는 기술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데서 기인했다.

    세계 최고의 창업사관학교로 알려진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탠 대표는 "딥시크의 검색은 단지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며 "이는 추론 과정을 보여주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공급 제한이 오히려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 개발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딥시크 AI 모델의 성능은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반도체 칩 무역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는 것이다.
  • ▲ 딥시크ⓒ연합뉴스
    ▲ 딥시크ⓒ연합뉴스
    ◇트럼프, 제재 고삐죄나

    이번 딥시크 파장으로 조 바이든 정권의 대중 제재가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삐를 더 단단하게 죌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AI 산업을 중국과의 경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의 5000억 달러 규모 AI 투자사업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경쟁자이고, 다른 국가들도 경쟁자"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다보스 포럼 화상 연설에서도 "(미국을) AI와 암호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려면 AI에 필요한 에너지 발전을 크게 늘려야 한다면서 "중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AI 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이나 첨단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 등을 구하지 못하게 이들 품목의 수출을 통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수출통제를 유지 또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등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 바 있으며, 2기 내각에도 대중국 매파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에서 관계 부처에 "전략적 경쟁자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의 구멍을 식별하고 제거할" 방안을 권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딥시크의 부상으로 중국이 미국의 AI 리더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더 강력한 수출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대변인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으며 중국과 다른 적국이 AI 개발에서 진보할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 ▲ 뉴욕증권거래소ⓒAFP연합
    ▲ 뉴욕증권거래소ⓒAFP연합
    ◇딥시크 AI 모델의 놀라운 성능, 그보다 더 충격적인 가격

    딥시크의 AI 모델은 성능 자체로도 인상적이지만 모델 개발 비용에서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1억 달러(약 1430억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딥시크의 성공적인 AI 모델 개발은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여서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 정부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CNN 방송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의 언어모델 R1은 '에이다(Aider)' 코딩 테스트에서 6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60점을 살짝 넘은 챗GPT의 최신 언어모델 o1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딥시크의 R1은 오픈소스 언어모델 '소넷(Sonnet)'과 합쳐서 사용할 경우 챗GPT의 o1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챗GPT가 매달 최대 200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반면 딥시크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