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신경외과 등 수술 가능한 인력 배치가 관건 전국적 응급체계 붕괴, 응급환자가 못 들어오는 구조본인부담 전체 90%로 상향조정 후 중증이면 환급 제안 추석 역대급 대란 예고된 수순, 의료진 번 아웃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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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판단과 달리 전국 응급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참담한 현실 속에 수면 아래서 많은 수의 환자는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일련의 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한 상태여서 추석 명절 역대급 응급대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응급망은 훼손됐다. 전공의 부재 상태에서 교수진들의 사직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병상이 남아도 환자 수용은 불가능하다. 긴급 수술이 필요하지만 배후진료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응급실 난민을 의미하는 '뺑뺑이'로 이어진다. 돌고 돌아도 의료진이 없다. 응급실 의사들은 전화를 계속 돌리며 환자를 받을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병원 전 단계에서도 난감한 상황이 반복된다. '의료진 부재로 사전협의(연락) 되지 않은 119 및 전원 수용 불가' 메시지를 띄운 응급실이 즐비하다. 구급차에서 돌고 돌다 자택으로 되돌아가거나 살기 위해 10시간이 넘는 무기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의료대란 초기만 해도 지역 응급실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이제 빅5병원으로 문제가 확장됐다. 생사의 영역에서 대응이 필요한 환자가 응급실을 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응급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연일 쏟아지는 응급실 사건 사고는 이를 방증하는 지표다. 사실 의료대란 초기부터 응급대응을 못해 사망한 중증 환자가 쌓여갔다. 다만 수면 위로 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밝혔듯 기존에도 응급실 의사는 부족했다. 대표적 기피과로 여겨져 미래세대 의사들이 선택하려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시작되자 아예 씨가 말라갔다는 것이다. 

    일선 의사들의 퇴직 대비 신규 전문의 진입이 소수일 때 기피과로 구분된다. 응급의학과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진료과와 함께 신규 진입이 전멸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기과는 커녕 인공호흡기 달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됐다. 응급환자가 들어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본이라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경기권 권역응급의료센터 교수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한 상태로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당장 평소보다 2배 이상 환자가 많아지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흉부외과·신경외과 등 배후진료 강화 필수

    응급실 가동은 배후진료의 연결지점이 존재하는지에 달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긴급 수술이 가능한 필수의료 교수진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고 뺑뺑이를 돌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응급실 문제는 추석대란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책도 동시에 세워야 한다는 중론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없다면 응급실에서 환자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에 돌입한다. 

    휴일 없이 풀로 당직을 서는 1~2명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버텨주는 현실이다. 이들은 이미 번 아웃이 왔다. 심정지, 뇌출혈, 뇌경색 등 즉각 대응이 필요한 환자를 돌볼 여력도 없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전공의가 팀 체제를 갖춰야 하고 수술이 가능한 필수의료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응급실 붕괴의 원인은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것으로 당국의 면밀한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 생명권보다 우선시 돼야 할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날 의료대란 대책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응급실 문제는 단순히 응급의학 전문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응급의료체계가 개선되기 위해 중증분야 배후진료 즉 최종진료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응급처치를 하고 그 다음 단계인 최종진료로 이어지려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배후 진료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지원할 대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효율적 의료인력의 효율적 배치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지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충 외 기존 응급의학 전문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했다. 

    ◆ 응급실 이용시 '본인부담 90%' 중증이면 환급  

    정부는 대안을 꺼냈다. 추석 연휴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응급진찰료 수가 가산을 기존 응급의료기관 408개에서 응급의료시설로 확대 적용한다. 경증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내원 시 본인 부담비용을 기존 50∼60%에서 9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책을 두고 일선 응급실 현장에서는 '대응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애초에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는 행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경증 환자 차단이 필요하다면 본인부담을 90%로 전부 올려놓고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때 중증 환자라면 정부 차원서 환급을 해주고, 경증이라면 그대로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응급실에서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을 통해 1~5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캐나다에서 적용 중인 CTAS를 모델로 삼았고 급한 환자부터 대응하자는 원칙이자 응급체계의 근간이 된다. 

    1~2단계의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만들어졌지만 캐나다와 달리 국내에서는 중급과 경증을 구분하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응급실 방문시 3단계의 환자가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도, 경증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환자 대응의 난이도다. 만약 권역응급센터에 방문한 환자가 경증으로 분류된다면 과밀화 해소를 위해 지역 응급실이나 자택으로 귀가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모 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증환자가 큰 응급실에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아프면 경증이어도 중증으로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즉, 응급실 이용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제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증, 경증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 배치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