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심각하지만 과밀화 해소 시 대응 가능119 역할론 확대 … 중중도 분류체계 중요감기, 장염 등 가벼운 질환은 '문 여는 병원'서 진료비응급인데 권역응급센터 오면 본인부담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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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 장기화로 이번 추석 연휴기간 응급실 가동은 힘에 부친 상태지만 대국민 협조 아래 과밀화 해소가 이뤄진다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당직 의료진은 치열하게 준비 중이며 정부도 각종 정책을 내놓고 난관을 벗어나려 총력을 다하고 있다. 

    14일 다수의 응급의료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인력난이 가중되며 예년과 같은 정상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과도한 불안감에 잠식될 필요는 없다. 

    정부 역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휴기간 문 여는 병원을 늘리고 보상책을 늘려 대응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일 평균 병의원 7931곳이 추석 연휴 기간에 문을 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설 연휴 3643개소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당직 병의원을 날짜별로 보면 연휴 첫날인 이날 2만7766개소, 15일에는 3009개소, 16일에는 3254개소, 17일에는 1785개소, 18일에는 3840개소다. 또 추석 연휴 문 여는 의료기관 중 응급의료기관 및 시설은 518개소다.

    전방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전공의가 대거 빠진 상황이라 의료체계는 위태롭다. 특히 응급실 대응에 빨간불이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경증은 동네의원'이라는 공식을 적용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하는 큰 병원 응급실은 최대한 비워두는 것이다. 과밀화 해소가 있어야 심뇌혈관 질환자, 중증외상 환자 등 대응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는 "만약 중증 응급환자로 판단되고 신속히 상급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의료진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전원 조정하도록 하는 체계가 이미 전국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니 과도하게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다수의 의료단체 역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환자를 위해 자리를 굳건히 지킬 의사들은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살리려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대증원으로 불거진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아플 때 동네의원 가보고 심각할 때는 바로 119 

    연휴기간 몸이 아플 경우에는 먼저 문 여는 동네 병·의원이나 지역 내 작은 응급실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경증이라면 방문한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판단 하에 치료를 받으면 되고 병원 진찰 결과에 따라 중증질환이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다. 

    중증질환에 흔히 동반되는 호흡곤란, 갑작스런 팔다리 저림, 혀가 마비되어 말을 하기 어려운 경우 등 심각한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119 단계의 역할론이 확장된다, 중증도 판정과 환자 분류를 신뢰해야 한다.

    참고로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TAS)은 ▲1단계(소생) 심정지, 무호흡, 중증외상 ▲2단계(긴급) 뇌출혈, 심근경색, 뇌경색, 호흡곤란, 토혈 ▲3단계(응급) 경한 호흡부전, 출혈을 동반한 설사 ▲4단계(준응급) 착란, 요로감염 ▲5단계(비응급) 감기, 장염, 설사, 상처소독, 약처방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대다수 응급실 방문환자는 4~5단계에 해당된다. 이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오면 1~2단계에 있는 환자가 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여서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혼자 증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119로 신고하면 의학적인 상담이 가능하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아응급실 방문 시엔 119에 문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경련이나 호흡곤란 혹은 90일 미만 영아의 발열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하며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는 직접 소아응급실로 내원하지 말고 119 연락 후 판별된 중증 응급환자만 소아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의식 저하가 없는 경미한 외상의 경우 인근 외과 전문 병원이나 당직 병원을 이용해 진료를 받으시길 바란다. 이 역시 응급 상담을 통해 적절한 병원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열이 날 경우를 대비해 해열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해열제가 있다면 새벽에 열이 나더라도 복용 후 아침에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실 수 있다.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만 사용해야 한다.

    소아응급 의사들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나 중증 환자가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 올 추석 경증 환자는 응급실 비용 오른다

    결국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 자제가 안전한 연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정부는 환자가 내야 할 비용과 의료진 보상을 모두 올려 대응하기로 했다. 연휴 기간에 경증이나 비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가게 되면 진료비의 90%를 내야 한다. 

    그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는 경우 경증 환자는 평균적으로 약 13만원을 부담했지만 22만원 수준으로 오른다. 지역응급의료센터에 가는 경우엔 본인부담금이 약 6만원에서 4만원 인상된 10만원으로 책정된다. 단 질환 종류나 지역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추가로 올린다. 추석 연휴를 앞뒤로 2주간의 비상 응급대응 주간에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50% 가산에 100%를 더해 비상진료 이전의 3.5배 진찰료를 지급할 계획이다.

    원래 연휴기간에는 '토요일·야간·공휴일 진료비 30% 가산제도'가 적용됐다. 올해는 연휴 문을 여는 병원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한시적으로 더 보상해 주기로 했다. 기존보다 높은 50% 가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휴일 가산을 기존보다 더 올려도 추가로 환자 부담까지 늘리지는 않기로 했다. 진찰료 가산율을 올리면 늘어나는 금액이 대략 3000원인데 이는 건강보험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비상 진료체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연휴에 문을 여는 중소병원·동네의원·한의원·치과 병의원에 대해 수가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시적으로 더 보상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