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친환경·콘텐츠 등 테마 가지각색 … 주가 급등락 장세내부자 보유 지분 매도·메자닌 대량 권리행사에 변동성↑거래소 “추종 매매 자제하고 합리적인 투자 결정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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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유력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에 따라 정치테마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종목들은 주가가 급등하자 내부자들이 보유 지분을 매도하거나 대규모의 메자닌(CB·BW)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잇따라 변동성 확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미스터블루는 전장(1305원)보다 23.45% 폭등한 1611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핑거스토리도 24%대 강세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웹툰 진흥 간담회(K-콘텐츠 기업 간담회)에서 웹툰을 포함한 문화·예술 창작 전 과정에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정치테마주로 떠올랐다.같은 시간 퓨리오사AI 관련주로 꼽히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와 엑스페릭스는 각각 9.62%, 8.19% 급락세다. 앞서 이 종목들은 이 후보가 대선 출마 이후 첫 일정으로 퓨리오사AI를 찾아 “인공지능(AI)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20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내 들자 주가가 급등한 바 있지만, 최근 급락세로 돌아섰다.최근 정치테마주는 경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에 따라 웹툰, AI뿐만 아니라 친환경, 저출생 등의 테마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정치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하자 내부자들이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벤처캐피탈인 DSC인베스트먼트는 임원 등 8명이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과거 퓨리오사AI에 투자한 이력으로 테마주가 된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이 후보의 AI 산업 투자 공약에 4000원대에서 마감가 기준 최고 93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회사 임원들은 보유 지분을 처리하면서 약 20여억원씩 챙겼다.또한 이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인 오리엔트정공의 장재진 대표는 1주당 1000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6000원대까지 폭등하자 올해 2~3월 보유 주식 57억5700만원어치를 수차례에 걸쳐 팔았다. 장 대표는 남은 지분도 오는 5월 매도할 계획으로 전체 매도 규모는 약 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밖에 이 후보의 또 다른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나아이 조정일 대표도 11만5600주를 장내 매도해 약 45억원을 챙겼고 코나아이 등기임원인 신동우 감사도 보유 주식 2000주를 모두 내다 팔아치웠다. 이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가 있어 관련주로 꼽히는 동신건설 대표와 친인척도 59억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에이텍은 신승영 대표가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 창조 경영 최고경영자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테마주가 됐는데, 신 대표는 103억원 규모의 주식 30만주를 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일부 종목들의 경우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중이던 메자닌 물량을 잇달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매물 출회(오버행) 경고등이 켜졌다.크라우드웍스는 김우승 대표가 이 후보의 ‘AI 강국위원회’ 원외 부위원장을 맡아 관련주로 부각됐는데, 지난 14일 발행주식 수 대비 4.14%(36만9978주) 규모의 신주인수권(BW) 행사가 이뤄졌다고 공시했다. 행사 금액은 35억원, 행사가액은 주당 9460원이다.코스닥 상장사인 에르코스와 상지건설도 최근 각각 발행주식 수 대비 4.58%, 57.76%에 달하는 CB 전환 청구가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유식 등 영유아 식품을 만드는 에르코스는 저출생 관련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이재명 후보의 2022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 참여했다고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통상 내부자들의 보유 지분 매도는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메자닌 행사는 향후 대규모 매물 출회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특히 정치테마주들의 투자 주체인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소식들에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실제 앞서 언급된 종목들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DSC인베스트먼트는 이달 들어 개인이 39억원을 순매수했고 ▲오리엔트정공(78억원) ▲코나아이(104억원) ▲에이텍(64억원) ▲크라우드웍스(39억원) ▲에르코스(16억원) ▲상지건설(66억원) 등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우위를 보였다.정치테마주들은 정치인과의 단순한 연결고리(출신학교·친인척·지인·지역 등)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의 실적이나 본질가치와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정치 뉴스, 여론조사 결과, 테마 소멸 등에 따라 주가가 일시에 급락할 수 있어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정치테마주들의 과열 현상이 지속되자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도 추종 매수를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편성한 정치테마주 특별단속단의 인력을 충원해 본격적인 집중감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고 거래소는 투자유의안내를 공식 발동했다.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주가·거래가 급증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추종 매매를 자제하고 기업의 실적, 재무 상태, 시장환경 등 펀더멘탈에 기반한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당부한다”며 “시감위는 21대 대선 기간 정치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시장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포착 시 금융당국과 공조해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