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주식 11조2773억원어치 순매도…9개월째 '팔자'경기방어주는 대거 담아 … 한국전력·SK텔레콤 폭풍 매수관세 영향 적은 방산주·글로벌 협업 제약바이오도 적극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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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올 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그 가운데 관세 영향이 적고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방산주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을 대거 담아 눈길을 끈다.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1조277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에서 10조4010억원어치, 코스닥에서 8762억원어치 팔아치웠다.코스피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2007년 6월~2008년 4월(11개월 연속) 이후 최장 기록이다.이날 오전 11시3분 현재도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2491억원, 코스닥에서 439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관세 정책 강화로 경기 침체 우려까지 짙어진 가운데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팔자세가 거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차손 우려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행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6.4원 오른 1427.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1429원까지 올랐다.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국내 증시를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적극 사들이는 종목은 있다. 대표적인 게 경기방어주다.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한국전력으로, 지난 23일까지 17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국전력은 상호 관세 영향이 없고, 불확실한 장세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경기방어주로 꼽힌다. 경기방어주는 불황기나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특히 우호적인 영업환경 조성으로 증익 기반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권가 평가 속에 외국인들의 폭풍 매수세에 힘입어 최근 한국전력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최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및 환율 하향 안정화로 올해 한국전력의 증익 기반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보다 단단해지고 있는 펀더멘털에 주목할 시기이며 4분기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평가했다.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배당·자사주 소각 등 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있는 통신주에도 외국인 자금이 쏠렸다.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배당이 높은 통신주는 대표적 투자 피난처로 꼽힌다.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3위 종목은 SK텔레콤으로, 같은 기간 882억원어치 순매수를 이어갔다.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주식 시장에서 방어적 성격을 지닌 통신 종목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외국인들은 '관세 전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거론되는 방산주도 지속적으로 담고 있다. 외국인들은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3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LIG넥스원도 558억원어치 담았다.특히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두 번째 제동에도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주가는 오히려 올라 80만원을 돌파한 상태다.장남현 한투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수익성과 수주잔고 확장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업체보다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종목들도 적극적으로 담았다. 에이비엘바이오(순매수 2위)와 펩트론(5위)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에이비엘바이오를 896억원어치, 펩트론을 4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에이비엘바이오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수용체(IGF1R) 기반의 BBB 셔틀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를 GSK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이는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알츠하이머·파킨슨 등 뇌혈관 장벽을 뚫어 약물을 전달해야 하는 질병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1480억원을 포함해 총 4조1103억원이다.펩트론은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술을 적용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계약을 맺고 릴리의 비만 치료제에 스마트데포를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그간 접근하기 어려웠던 희귀 신경계 유전 질환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을 열 수 있는 키를 쥐게 된 것"이라며 "본격적인 동물 임상이 시작되면 추가 기술이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