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후 리밸런싱·세금 탓에 9월 전통적 약세장빅이벤트 앞두고 가을철 조정장 힘 실려밸류업 수혜주·저베타업종 등 방어적 관점 대응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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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엔 오랫동안 역사에 걸친 여러 증시 격언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9월 전에 팔아라'란 격언인데요.

    여름철 랠리 뒤 가을철 조정장이 온다는 뜻으로, 계절 특수성은 항상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7~8월 달콤한 랠리를 즐기고 있던 투자자들에겐 무시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반등세를 누린 투자자들의 경우 특히 9월 '가을 조정설'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9월 효과'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여름 휴가입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거래자들이 9월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위해 리밸런싱하면서 주가의 하방 압력을 가한다는 가정입니다. 

    세금 문제도 있습니다. 회계연도가 9월 말에 끝나는 미국 펀드들이 9월에 손실을 확정할 경우 납부할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미국 증시의 경우 9월은 최악의 달이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1928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S&P 500지수가 9월에 하락한 건 55%로, 월 기준으로 상승보단 하락한 게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월평균 수익률도 -0.78%로, 9월이 가장 낮았습니다. 

    최근 10년간 지수 흐름으로 좁혀보면 S&P 500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월 한 달 기준 10년 중 7번 하락했고 3번 상승했습니다. '9월 효과'가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국내 증시의 경우엔 9월 징크스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10년간 9월 코스피는 6번 상승하고, 4번 하락했으니까요.

    2014년 9월 코스피 수익률은 -2.34%였지만 2015년(1.10%), 2016년(0.44%), 2017년(1.32%), 2018년(0.87%) 9월 모두 1% 내외로 올랐습니다. 지난 2019년 9월의 상승률은 무려 4.84%, 이듬해인 2020년엔 0.07%을 기록하며 6년 연속 강세를 지속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선 9월 징크스 공식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2021년(-4.08%), 2022년(-12.81%), 2023년(-3.57%)를 기록하는 등 연달아 약세장이 연출됐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당장은 '9월 효과'에 힘이 실리는 듯합니다. 이달 들어 최근 4거래일 중 코스피는 3거래일간 내림세를 지속하며 4% 가까이 하락했는데요.

    코스피는 6일 오전 9시59분 현재 장 초반 -0.99% 하락세를 기록 중입니다. 지수는 1.15포인트(0.05%) 오른 2576.66으로 출발했지만 곧장 하락 전환해 점차 낙폭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경기 침체 공포감 등 미국발 악재에 더해 금융투자소득세 등 대내 불확실성이 증시를 흔드는 모습인데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9월은 전통적인 약세장인데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11월 미국 대선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9월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특히 올해는 18일 FOMC, 20일 일본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등이 예정돼 있어 유동성이 위축된 상황에서 엔화 강세 압력 확대시 엔캐리 청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계 심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가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어적 관점을 취하면서 시장 반등의 기회를 노리라고 제언합니다. 

    대안으로는 정책 모멘텀이 살아 있는 밸류업 수혜주, 방어력이 뛰어난 건강관리·통신·유틸리티 등 저베타 업종이 거론됩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기적으로는 이번 변동성을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번 금리 인하가 실질금리의 재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채권보다는 대체자산이,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와 고배당주가 우위에 놓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9월 전에 팔아라'는 격언은 결국 주식 매매 타이밍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텐데요. 사실 많은 주식 격언들은 평범한 듯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투자 길라잡이인듯 합니다. 발바닥에 사서 정수리에 팔겠다는 욕심을 부리며 호가 하나를 아쉬워하다가 매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는 투자자라면 수없이 겪는 일일 테니까요.

    올해 코스피 시장에 9월 징크스가 들어맞을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조차 쉽지 않은 장세라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주식은 대응'이라는 말처럼 예측하기보단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