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근무 의사 명단 등장… '응급실 부역자' 낙인 조리돌림악의적 명단 공개에 대인기피 호소까지… 정부 "수사 의뢰"
  • ▲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응급실 대란으로 사망환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블랙리스트에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며 비꼬는 내용과 함께 응급실  의사들의 실명이 공개됐는데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엄벌할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가 진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의욕을 꺾고 있다"며 "이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보호신고센터에는 한 텔레그램 채팅방에 복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신상이 올라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채팅방은 지난 7월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으로 개설됐다.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나 학교에 있는 의대생을 '감사하다'고 비꼰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식의 한 사이트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응급실을 운영하는 각 병원별 근무 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게시됐다.

    명단에는 비슷한 형식으로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최근 정부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포함된 군의관 15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보냈으나, 당사자들이 응급실 진료에 대한 부담 등을 호소하면서 모두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군의관은 이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 지역 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한 군의관은 의사 커뮤니티에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글이 올라오자 병원 측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신상공개로 인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 복귀에 부담을 느끼거나 동료 의사집단에서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응급실 근무의사 블랙리스트'가 등장한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 의사 부족 등으로 인한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부산의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70대 근로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사망했고, 5일 광주에서는 교정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중태에 빠졌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달 4일에는 만 2세 여아가 열경련으로 쓰러져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아이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9월11일~25일까지 '비상응급 대응주간' … "중증도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 방문 당부"

    정부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했다. 범부처 협력, 각 지자체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비상진료체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에 문을 여는 병의원은 잠정적으로 일 평균 7931개소다. 지난 설 연휴 당시 3643개소보다 2배이상 증가했다.

    응급의료기관 및 시설은 전국 518개소가 운영된다.

    정부는 추석 연휴 문을 여는 의료진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추석 연휴에 문 여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그간 병의원 진찰료와 약국 조제료는 공휴일 수가 가산율을 30%로 적용해 왔는데, 이번 추석 연휴 동안은 한시적으로 해당 가산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한다.

    또 추석 연휴 전후 2주간 현재 비상진료체계에서 이뤄지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150% 가산에 추가 100%를 더해 비상진료 이전의 3.5배 진찰료를 지급한다.

    올해 2월부터 후속진료 역량 강화 차원에서 기존 대비 2.5배 수준의 수가를 지급했으며, 올해 추석 연휴 전후 2주 간은 추가로 50%를 가산해 기존 대비 3배의 수가를 지급한다.

    아울러 외래환자 진찰료 지급 대상을 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더해 일반 112곳의 응급의료시설까지 확대한다. 비상진료 기간 응급실 외래환자 진찰료에 1만8870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는 것에 더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1만5000원을 추가로 가산한다.

    코로나19 협력병원에 확진 환자 수용 시 인센티브 20만원을 지급하며 정부가 지정한 발열 클리닉 108개소에 대해서도 야간 및 휴일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정 실장은 "국민들께서도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에 방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응급실 내원 환자는 중증도를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큰 병이라고 생각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르면 된다. 119는 중증도에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