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3사 의견 '2:1'로 갈릴시 공식 등급기준 '전무'시장 통용 '2개사 일치등급' VS 최근 2개사 중 낮은 등급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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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카드
    3대 주요 신용평가사의 평정이 엇갈리는 신용 스플릿(등급 불일치) 상황에 '유효신용등급'의 공식 기준이 없어 기업과 채권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채권 유통 시 금리 산정을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특정 등급으로 인식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법적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상황이다.

    ◇3대 신평사 의견 2:1로 갈리면… "다수가 맞다" VS "최근 2개사 평가 봐야"

    1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전날 한국신용평가로부터 기존 신용등급에서 한 등급 상향된 'AA+(안정적)' 평정을 받았다. 앞서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지난 4월 22일에 'AA(긍정적)', 4월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서는 'AA+(안정적)' 평정을 받았다.

    세 신평사에서 모두 등급 상향 평정을 받았지만 한기평 직전 등급이 한 단계 낮았다. 한신평, 나신평의 최종 판단은 'AA+(안정적)', 한기평은 'AA(긍정적)'을 부여했다.

    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최소 2개의 신평사 평정이 필요하다. 2개 신평사 평정이 갈릴 경우 낮은 등급을 기업의 등급, 즉 유효신용등급으로 본다.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3개 신평사에서 모두 평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2개 신평사와 나머지 한 곳의 의견이 갈리면 통상적으로 2개 신평사의 일치하는 등급을 유효신용등급으로 판단하고 운용사에서도 해당 등급으로 채권을 분류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리 변동성 등 리스크 관리에 보수적 운용 기조 필요성이 커지면서 일부 증권사와 운용사에서는 소수 의견인 또다른 기준이 등장했다. 평정 시점을 고려하자는 의견이다.

    등급 높낮이와 관계 없이 최근 평정 두 개 중 낮은 등급을 유효등급으로 보는 게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평가가 현 시점의 재무상태를 더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등급이 내려가는 추세라면 아직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평가사가 머지않아 등급을 내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신평이 법적이나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관행이라는 전제로 밝힌 유효신용평가등급의 정의도 이와 같은 기준이다. 나신평은 "가장 최근에 공시된 등급 2개 중 낮은 등급을 유효신용평가등급이라 한다"면서도 "신용등급의 이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므로 투자 의사결정 투자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등급 중 적합한 등급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같은 '스플릿'도 등급 강등·상향 시 관계자 판단 달라… 공식 기준 필요

    주요 신평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각 신평사는 자율적으로 평정을 할 뿐 유효등급에 대한 판단을 하는 주체는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편 현대카드의 경우는 등급 상향이라 통상적인 '2개사 일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케이스의 특이성도 중요한데 현대카드의 신용과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높은 등급이 유효하다고 본다"며 "신용등급의 오름세, 내림세에 주목한다면 등급 불일치는 해소 방향으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 등급 덩어리 별로 섹터를 묶을 때 경계선에서 평가가 갈려 있다면 특히 등급이 내림세일 때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는 전통적인 기준에 따르면 유효등급이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된 셈이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시점 기준'에 따르면 아직 'AA(긍정적)'에 머물러 있는 신용 스플릿 상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현대카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신평으로부터 받은 등급이 올랐다는 사실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