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시장에서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한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처리한 시장지배적지위남용 사건 가운데 퀄컴(1·2차 각각 1조311억원, 2732억원), 구글(2249억원)에 이은 역대 4위 규모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하도록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불응할 때 소속 가맹기사들의 카카오T 앱 일반호출 서비스를 차단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한다고 2일 밝혔다. 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의 카카오T 블루 가맹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96%를 차지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3월 일반호출 서비스를 개시해 카카오T 가맹기사 등 유료기사 확대를 통해 택시 공급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3월 자회사 등으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문제는 2019년 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서비스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카카오T 앱에서 경쟁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는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
공정위 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 이용 대가로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호출 앱에서 발생하는 택시 운행정보를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로부터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를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가맹 소속 기사는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압박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상적인 가맹택시 시장에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라는 것이다.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자신의 핵심적인 영업비밀을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제공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를 자신의 영업전략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가 제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속 가맹기사가 일반호출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을 받을 수 없어 소속 가맹기사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가맹사업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반택시와 마카롱택시와는 제휴계약을 체결해 영업상 비밀을 제공 받기로 하는 한편, 제휴계약체결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 소속 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은 차단하면서 소속 기사들이 가맹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동시에 신규 가맹기사 모집을 어렵게 했다.
특히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중 타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차단으로 인해 소속 가맹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해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제휴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을 제공하고 있다. -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 행위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호출 시장뿐만 아니라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증가했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업자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유효한 경쟁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우티밖에 남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를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보고 과징금 부과율 5%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액은 지난 7월까지 약 1조4000억원으로 봤다. 다만 심의 종료일인 지난달 25일까지의 매출액이 추가되면 과징금은 늘어날 수도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접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들로 하여금 경쟁사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한편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택시를 우대한 콜 몰아주기 사건으로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