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국은행·글로벌IB,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정치 불확실성·내수 경기 부진·수출 피크아웃 우려트럼프 2기 출범에 보편관세 부과 가능성도 부정적전문가 "경제 펀더멘털 키워야… 기술개발·투자 必"
  • ▲ 서울 명동 중심거리에 위치한 한 건물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서울 명동 중심거리에 위치한 한 건물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변수가 산적한 영향이다. 올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하향되며 '성장 절벽' 현실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의 올해 한국 경제전망부터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며 2%대 성장이 어렵다고 봤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시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불과 반 년 만에 0.4%포인트(P) 낮춰 잡았다. 그 배경으로는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을 꼽았다.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단 6차례에 그친다. 1956년(0.7%) 한국전쟁, 1980년(-1.7%) 석유파동, 1998년(-5.5%) 외환위기,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0.7%) 코로나19, 2023년(1.4%) 등이다. 올해도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인 1.9%보다 최대 0.3%P 낮췄다. 지난해 11월 1.9%로 예상했는데 2개월 만에 0.2~0.3%P 낮춘 1.6~1.7%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을 그 배경으로 제시했다. 

    해외에서 내다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더욱 냉랭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며 성장률 쇼크를 예고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 1% 중후반대에서 1% 초중반까지 낮추며 우려를 증폭시켰다.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진과 수출 피크아웃 우려가 이유다.   

    JP모건은 종전 1.7%에서 1.3%로 크게 낮춰잡았다. 글로벌 IB 전망치 중 가장 낮다.  JP모건은 "수출이 견조하나 소비 심리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개선 여지가 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ING는 기존 1.6%에서 1.4%로 낮췄고 씨티도 비상계엄 직후 0.1%P 내린 1.5%로 제시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1.5%를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저상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제 수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데다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가 침체돼 성장률이 높아지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경제성장률이 추가 하향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에 암운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게 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보다 강력한 통상정책이 추진될 전망으로 각국의 반발 역시 강화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 변화는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와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민관의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반등한 미국 경제를 거울삼아 장기적 비전 아래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지속적이고 강한 기술혁신이 미국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장기적인 비전 아래 펀더멘탈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술개발에 재정을 투입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도 늘려 고급 인력 유출을 막고 인공지능(AI) 기본법 등 법률, 정책으로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민, 금융, 기술 기업·인력에 투자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