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은행권, 기업대출 집중 공략인뱅 3사 개인사업자대출 40% 이상 확대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한도 늘리고 금리 우대부실 늘며 건전성 비상… 하나은행, 중기대출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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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지난해부터 기업대출로 성장키를 돌린 은행들이 부실 연체율 상승이란 부메랑을 맞고 있다. 

    부실화 우려에 가계‧기업대출 성장 모두 사면초가에 빠지자 일부 은행들은 기업대출마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지난 8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62%로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전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는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두드러졌다. 

    8월 말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0%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증가했고, 중소법인 대출도 같은 기간 0.25%포인트 증가한 0.84%를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8%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요구에 따라 지난해부터 기업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대출) 대출 확대에 주력했는데 지난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453조9000억원으로 상반기 말보다 2조원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올해 2분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을 전년 동기 대비 이미 40% 이상 확대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주로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동네 사장님 모객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에 최대 1%포인트(p)의 금리를 감면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 상품을 한 곳에 모은 'KB사장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인 'Easy-One' 보증대출을 출시했고, 사업자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1대 1 금융상담을 제공하는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자영업자 대면 대출을 다음달부터 비대면 즉시 대출로 전환할 예정이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규모는 올해 상반기 8조6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2조5881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기대출 전체 규모가 5.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증가세가 도드라진다. 

    은행 입장에서 건전성이 악화하면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하는 반면 순이익은 줄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투입할 자본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은행지주사들은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을 위해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며 자본비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기업대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지난해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선 하나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금리를 올리며 사실상 중기대출 확대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시장에서는 리스크관리 등 내실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대출 확대로 줄어든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기 위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손실이 민간 금융사의 대출 축소를 유도해 결국 정책금융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을 예방을 위해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을 대출 영업 규제 지표로 도입해 연체 예방과 상환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용대출, 전세대출 갈아타기처럼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시행을 서둘러 대출자의 이자비용을 절감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