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22일 ‘KB 코스닥150 TR ETN’ 상장금투세 도입 시 의무 배당…예외 항목 삭제“배당정책에 포커스 맞춘 것…지나친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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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TR(Total Return·토탈리턴)형 상품이 출시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TR 전략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에도 출시를 단행한 것은 내부에서 유예·폐지를 상정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22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KB 코스닥 150 TR ETN’을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다. 해당 상품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조건을 충족하는 상위 150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배당성과까지 반영하는 총수익지수를 추종한다.

    상품 투자전략 가운데 TR형 상품이 출시된 것은 올해 신규 상장된 63개 상품 중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KOSEF 200 TR’, ‘PLUS 200 TR’,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TR’ 등 3개 상품이 출시된 바 있다.

    TR형 상품은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신 그 재원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배당금을 자동 투자해 장기 투자 시 복리 효과가 커지고 금융상품을 매도하기 전까지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TR형 상품들은 최근 금투업권과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금투세’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2는 집합투자기구의 설정일로부터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토록 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하거나 파생상품에 투자함에 따른 이익(제234조) ▲집합 투자재산의 평가이익(제238조) ▲회계처리 기준에 따른 집합 투자재산의 매매이익(제240조 제1항)에 대해서는 배당금을 유보할 수 있도록 해 ETF·ETN 등은 예외 적용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을 위해 개정된 소득세법에는 예외 가능 항목이 빠져있다. 이에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TR ETF·ETN도 매년 1회 이상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KB증권에서 TR형 신상품이 출시되자 시장에서는 업계에선 이미 금투세 유예를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에 따른 TR형 상품의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민감한 사항은 향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상품 개발 과정에서 검토됐을 것”이라며 “금투세가 도입된다면 TR이라는 투자전략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에도 시장에 내놨다는 것은 내부에서 유예나 폐지를 상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TR형 상품 출시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당정책 개선안으로 배당정책을 변경하는 기업들과 배당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상품 개발·출시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금투세 관련 연구는 WM(자산관리)으로 부서 자체가 달라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투세는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증권사가 수익원 창출을 위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ETN을 내놨는데, 도입이 확정되지도 않은 금투세가 걸림돌이 된다면 아무 상품도 출시하지 말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금투세 도입과 유예·폐지를 두고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유예·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9월 24일 민주당이 금투세 토론회 역할극이 열린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고 이달 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관련 입장을 당 지도부에 일임한지도 2주가 넘었는데, 아직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결론을 못 내렸다”면서 “1400만 개미투자자는 국회가 조속히 금투세 폐지 결정을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를 촉구했다.

    강민수 국세청장도 지난 16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금투세 시행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며 “(금투세 시행을 위해) 원천징수·거래자료 등을 제출할 금융권과도 합의가 더 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도 금투세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정의정 한구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증시는 특정 재료를 선반영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올 연말 금투세 폐지법안이 부결되고 내년부터 시행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면 분명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과거 대만에서도 금투세 시행 이후 지수 급락으로 폭동이 일어난 바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고된 참사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 정중히 요청한다. 예정대로 금투세를 실시하고 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을 조속히 통과시키자”며 “금투세 폐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조국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4일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과 관련한 당의 방침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다만,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국감에 총집중하고 있는 만큼 금투세 문제는 국감이 끝난 후 논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 내부에는 (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해) 아직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많이 논의해왔기 때문에 이재명 당 대표가 어떤 시기를 봐서, 결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