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현실화에 코스피 2500선 붕괴…코스닥 700선 위태반도체·2차전지 급락 속 희토류株 급등환율 1470원 터치…암호화폐 시장도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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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한 우려 속에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값이 치솟으면서 환율도 급등하는 모습이다.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2500선을 밑돈 것은 장중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63포인트(1.93%) 내린 2468.74로 출발해 하락 폭을 확대, 장 중 한때 3.02%까지 내렸다.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에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0.03포인트(1.38%) 내린 718.26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양 시장을 끌어내린 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8706억원, 373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1003억원, 기관은 1909억원 순매도했다.국내 증시가 폭락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2월 4일(현지시간)부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가 간 '관세전쟁'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2월 18일까지는 캐나다 등에 석유 및 가스, 철강, 알루미늄, 구리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증시에서 관세전쟁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종목 간 희비가 엇갈렸다.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충격에 이은 관세 우려로 SK하이닉스(-4.17%), 삼성전자(-2.67%) 등 반도체 종목은 동반 급락했다. 반도체 업종은 당장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반도체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한 바 있어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에코프로비엠(-9.16%), 포스코퓨처엠(-9.66%), 엘앤에프(-9.31%), 삼성SDI(-6.31%) 등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캐나다에 진출한 국내 2차전지 기업이 관세 정책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반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 통제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니온(27.27%), 동국알앤에스(7.29%), 삼화전자(5.66%) 등 희토류 관련주는 급등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를 경제 보복 수단으로 활용해왔다.관세전쟁 긴장감에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달러값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 중 한때 14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2시(현지시각)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0% 내린 9만7759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9.9% 내려 3000달러 선을 내주며 2979달러를 기록했고 ▲리플 -15.0% ▲솔라나 -12.1% ▲도지코인 -16.4% 등 주요 가상화폐 대부분 큰 폭으로 내렸다.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들을 대량으로 추방하는 정책과 함께 재개된 무역전쟁은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수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의 약세는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에 위험자산 회피 신호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로 국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주의가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며 "한국 수출의 하방 압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에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 중이었거나 지난 몇 년간 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트럼프 1기 이후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해왔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 현실화에 한국 역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10% 보편 관세 부과를 가정할 경우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10% 내외 줄고 0.3~0.4%의 부가 가치가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관세 충격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한국 증시는 트럼프 관세 뉴스와 미국 경제지표, 주요 연준 인사들의 발언, 미국 빅테크 실적 등 이벤트에 영향을 받으면서 업종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미국발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변동성은 높아지겠으나 주가 복원력으로 인해 지수 하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