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發 쇼크에 실적 부진까지…'설상가상' 삼성전자"엔비디아 공급 승인"…HBM 후발주자 저력 보여주나시장 새 국면 코앞…"딥시크가 AI 산업 새 전환점 제공"
  •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데일리DB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데일리DB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發) 충격이 국내 증시를 뒤흔든 가운데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도 예외 없이 하락 마감했다. 딥시크 사태에 부진한 실적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위기에 빠진 모양새지만 엔비디아 대상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임박했다는 호재도 전해지면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감지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300원(2.42%) 내린 524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초부터 꾸준히 2%대 하락세를 보인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마저 기대치를 밑돌면서 끝내 하락 마감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지난 연휴 기간 미국 증시를 크게 흔든 '딥시크 충격'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챗GPT 등을 개발한 미국 업체들보다 훨씬 적은 비용인 600만 달러도 안 되는 자금과 저성능 반도체만으로 생성형 AI '딥시크 R1'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 주가가 17% 급락한 바 있다.

    설 연휴로 나흘간의 휴장 뒤 한 번에 악재를 소화하며 삼성전자(-2.42%)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9.86%), 한미반도체(-6.14%) 등 반도체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도 발표됐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DS(디바이션설루션) 부문 실적은 매출 30조1000억 원, 영업이익 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지만 당초 증권가 전망인 3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연간으로 보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5조1200억 원에 그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사상 처음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해당 분야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은 23조4673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제품 부문에서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공급 승인을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기대감도 일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승인을 얻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HBM3E 8단 제품이 중국 시장을 위해 특화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칩 생산을 위해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5세대 HBM3E의 경우 현재까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칩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1년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나온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고객사 공급을 목표로 HBM3E 제품 개선을 진행 중"이라며 "개선 제품의 가시적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분기 고객 수요가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예상 대비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수요에 맞춰 램프업해 올해 전체 비트공급량을 2배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4와 HBM4E 기반 맞춤형 제품도 고객사와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HBM3E 16단의 경우 당분간 상용화 수요는 없을 전망이나 이미 샘플을 제작해 고객사에 전달된 상태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HBM3E 12단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공급 본격화가 추정되고 AI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 급증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등으로 HBM3E 12단, HBM4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며 "1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 후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폭 확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딥시크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주하던 AI 시장 구조가 딥시크의 등장으로 재편됨에 따라 범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아울러 AI 반도체 시장 저변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장기적으로 보면 호재라는 것이다. 

    특히 딥시크가 발표한 모델이 당장 상용화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AI 시장 후발주자격인 애플 등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딥시크의 저가형 AI 혁신이 애플의 전략을 입증하고 경쟁사인 구글을 더 빨리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뒤로 줄곧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번 딥시크 쇼크로 AI 반도체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에 전화위복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타임라인이 가속화되고 중소 후발주자들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추가 수요를 더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딥시크는 AI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며, 향후 성장 국면 진입 가능성 제시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