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9.86%, 삼성전자 -2.42% 반도체株 일제히 급락美 금리동결·트럼프 행정부 대중 수출 추가 제재 등 겹악재“AI 인프라 기업 주가 하락 과도…단기 저가 매수 전략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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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설날 연휴로 휴장한 사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연방 차원 보조금·대출금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 조치한다는 소식도 알려지자 국내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장(22만1000원)보다 9.86% 내린 19만92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개장 직후 10.04% 하락한 19만8800원으로 출발해 장중 11.99% 급락한 19만45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5만3700원) 대비 2.42% 하락한 5만24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에 공급 승인 소식과 아직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지 않은 상황이 부각되며 SK하이닉스 대비 낙폭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외한 반도체 관련주들 역시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이오테크닉스(-9.41%)의 낙폭이 가장 컸고 ▲테크윙이(8.18%), ▲한미반도체(-6.14%) ▲ISC(-8.09%) ▲ ▲HPSP(-7.56%) ▲DB하이텍(-4.71%) ▲피에스케이홀딩스(-6,57%) ▲주성엔지니어링(-4.08%) ▲티씨케이(-0.14%) ▲원익IPS(-4.04%) ▲LX세미콘(-1.57%) ▲리노공업(-0.46%) 등 대다수 종목이 하락했다.반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강세를 기록했다.네이버는 전 거래일(20만4000원) 대비 6.13% 오른 21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카카오 역시 전장(3만5750원)보다 7.27% 뛴 3만8350원에 장을 마쳤다.이는 그동안 고비용 논란이 일었던 AI 학습을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고성능 추론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소식에 후발주자 격인 국내 AI SW 업종에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국내 반도체주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7일 미국 오픈AI가 ‘챗GPT’ 개발에 투자한 비용의 약 20분의 1, 메타가 ‘라마(Llama)3’에 투입한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인 557만6000달러(한화 약 80억6290만원)로 개발한 중국 딥시크의 추론 AI 모델이 공개된 영향이다.딥시크는 ‘R1’이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모델 ‘o1’을 일부 앞섰다고 밝혔다. 특히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AIME(미국 수학경시대회) 2024와 MATH-500(500개 이상 고급수학 문제 해결 능력), FRAMES(다중 질문 테스트)에서 각각 79.8%, 97.3%, 82%를 기록해 o1을 능가했다.이에 뉴욕 증시 시가총액 1위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기준 16.97% 급락했으며 시총은 하루 새 5890억달러(약 851조6940억원)가 증발했다. 미국 반도체 시총 2위 기업인 브로드컴의 주가는 이날 17.40% 폭락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9.15% 하락했다.이후 이들 종목은 딥시크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전망과 개발 비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음 날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의 충격으로 대중 AI 반도체 수출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다시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2년부터 대중국 수출 규제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큰데, 추가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미 연준도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과 동일한 4.25~4.5%로 동결하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투심이 더욱 얼어붙었다. 통상 반도체 등의 기술주들은 금리인하가 최대 호재 중 하나로 인식된다.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질 경우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동결이나 인상기에는 주가가 반대로 흐른다.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며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가 2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칩스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번 조치에 대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보류 명령을 내렸고 백악관은 연방 차원의 보조금·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 문서를 철회했지만,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계약한 보조금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이 줄면 공장 착공, 생산 지연 등 기존에 세워둔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다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패닉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이 시설 투자(Capex)를 줄일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며 그들이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생각을 부정적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금은 가능성을 양쪽 모두 열어두고 반도체에 대해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 최적화를 인정해도 추론용 AI 인프라 확장은 필요해 딥시크 충격에 따른 AI 인프라 기업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하며 단기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AI 추론용 인프라에 대한 니즈를 앞당길 요인이며 관련 종목에 대한 눈높이 상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아지고 있는데, 비용이 감소했으니 오히려 투자가 늘어날 것(제본스의 역설)이라는 시각은 과도하게 긍정적인 해석”이라며 “대규모 투자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 해소가 필요해 보이며 더 효율적인 방안이 있다면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일단 생각하기 쉬운 로직”이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딥시크가 보도되기 이전에 AI 투자 피크아웃과 주가 고평가 논란이 있던 환경이 주가 조정에 기여했다. 주가 수준과 AI 투자 기대가 높을수록 악재에 취약해지는 법”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주도주는 트럼프 정부의 주도주가 아닐 수 있고 지금껏 오래 달려왔기에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