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중국 이어 EU까지 관세 부과 계획 '수출 효자' K-푸드·화장품업계 모니터링 강화국내 기업들 '현지 생산' 전략으로 대응 눈길
  • ▲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유통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푸드와 화장품 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 캐나다산 제품에도 25%(에너지는 10%)의 관세가 부과되며,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등 3개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도 곧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꽤 이른 시일(pretty soon) 내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율이나 정확한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보편적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이 연간 222억~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도 한국 수출품에 대한 10% 이상의 관세 인상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연간 대미(對美) 수출액이 152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는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편 관세를 부과에 식품업계도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식품업계는 미국 내 K-푸드 인기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억9290만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15.9%를 차지했다.

    미국에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한국 식품에 대한 미국 관세가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 않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캐나다·멕시코처럼 한국산 제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 미국 화장품 ⓒ아모레퍼시픽
    ▲ 미국 화장품 ⓒ아모레퍼시픽
    화장품과 패션업계 역시 이번 관세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대미 수출은 19억달러로 중국(2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관 부서에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같은 화장품 ODM(제조사개발생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직접적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으로 제품을 직수출하는 것이 아닌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만드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내수와 중국사업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고, 미국 사업 주력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세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충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이달 미국 텍사스주에 제빵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확정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정·관계 인사들과 경제 협력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주로 수출하는 휴면 반죽(냉동 반죽)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해 현재 관세가 0%이지만,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2022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공장에서 대규모 김치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은 1995년 LA에 두부 공장을 설립했고 농심은 2005년 LA에 라면 공장을 건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