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현재 환율 외환위기 때와 달라… 뉴노멀로 봐야"'고환율이 수출에 유리'는 옛말… 기업 영업익 되레 감소"환율 상승 부적정적 영향, 정책적인 대비책 마련해야"
  •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1달러=1400원대'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정부 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고환율이 기준이 되면, 외환이 빠져나가거나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표준에 맞춘 산업구조 개편 등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2.0원에 출발했다. 전날에도 장중 최고가인 1385.1원을 기록하며, 지난 7월 30일 1385.3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 설명회(IR)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등을 위해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단 간담회를 열고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이제는 그 수준을 뉴노멀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때 한국은 가계 부채, 경기 상황으로 금리를 상대적으로 많이 올리지 못했다"며 "미국이 다시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선을 웃돈 건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유일했다.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선을 돌파한 바 있다.

    고환율 현상은 벌어진 한미 금리 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과 달라진 대외자산 규모나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미국의 상황 등을 봤을 때 과거에 경험한 1100원대의 환율로 회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최 부총리도 "지금의 원·달러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환율 상승은 분명 달갑지 않은 현상이지만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커진 만큼 경제 정책도 에에 맞춘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고환율은 현재 둔화하는 물가 흐름을 끊고 상승세로 전환시켜 물가 안정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이 수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지만, 수입한 중간재를 이용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출 구조상 우리나라는 고환율이 유리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화 약세가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면서도 대기업의 경우 원화 값이 10% 떨어질 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29%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경쟁국 통화인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태훈 산업연구위원은 "원화 가치 하락 시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급격한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이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율에 취약한 우리로선 선제적인 사업 구조 개편 및 정책 전환으로 '뉴노멀 환율' 대응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고환율이 기준이 되면 외환 유출 등 경제 펀더멘탈을 크게 약화시킬뿐 아니라 저소비-저금리-저성장 기조 속 구조적인 장기침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이 반복되는 변동성이 심화되거나, 장기간 강(强)달러 기조가 지속 될 경우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과 같은 고환율 시기에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입기업의 수입 비용 상승 압력을 낮춰 원화 가치 하락이 기업의 교역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