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원 아시아] 한국 심사위원 인터뷰③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에이전시 역할에 그치치 않고 커뮤니케이터로 나아가야"
  • ▲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The One Club for Creativity
    ▲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The One Club for Creativity
    [마닐라 = 유다정 기자] 2024 원 아시아(ONE Asia Creative Awards)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가 광고가 단순한 대행사의 역할을 넘어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가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할 때 장기적으로도 성공적인 브랜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브랜드브리프는 2024 원 아시아 심사가 진행된 필리핀 마닐라에서 김경신 대표를 만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김경신 대표는 올해 원 아시아에서 패널 C를 맡아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 데이터의 크리에이티브 활용(Creative Use of Data), 기술의 크리에이티브 활용(Creative Use of Technology), PR(Public Relations), 인터랙티브 & 모바일 크래프트(Interactive & Mobile Craft), 게이밍(Gaming), 인테그레이티드(Integrated),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온라인 & 모바일(Online & Mobile) 부문을 심사했다.

    본인만의 심사 기준은?
    브랜드가 우리 지역 사회 혹은 시민 사회에 어떻게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인류가 진일보하는 데 있어서 기여를 하는가가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랜딩에도 도움이 된다. 목적이 명확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을 했던 사례들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물론 전통적인 방식의 광고적인 접근에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민, 문제점이 명확하게 있고 그걸 전략적으로 파악해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에이전시 역할에 그치게 된다.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더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원 아시아 수상 팁을 준다면?
    '문제 정의',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 정의를 정확히 하고나서는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를 통해서 해결책을 만들어 도출해내는 방식을 본다.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원점에서 검토해 보고 우리가 어디서 개입해서 크리에이티브한 솔루션을 낼 수 있는지 도출해 내는 게 주효하다.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 있다면?
  • ▲ ⓒClimate Doctor’s Certificate 홈페이지 갈무리
    ▲ ⓒClimate Doctor’s Certificate 홈페이지 갈무리
    호주의 Climate Doctor’s Certificate 캠페인이다. 호주는 산불 등 기후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기후 문제가 생존 문제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학생들이 2019년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나 교육부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못 하게 막은 것이다. 이에 SS4C(*)는 'doctor(의사, 박사)' 면허가 있는 환경 전문가들이 진단서를 작성해 학교를 빠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들은 지구가 아프기 때문에 학생들 또한 정신적인 불안 증세가 있어 학교를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선택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에서 다루고 이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한 사례였다.  

    (*School Strike 4 Climate(SS4C)는 코로나 시기에 락다운과 더불어 미디어가 전염병 이슈에 집중했다면, 2023년 다시 환경 문제로 시선을 끌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SS4C에 따르면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의 불안과 기타 정신 건강 문제의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다른 종류의 doctor, 즉 환경과학박사가 서명한 병가 증명서를 만들었다. 누구나 온라인에 접속해 이름을 입력하고 개인화된 인증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원 아시아만의 특징이 있나?
    인디 에이전시가 많이 추천됐다. 글로벌 광고제의 경우 전 세계에서 신청을 하다 보니 서구권 외 안배를 받지 못하는 지역이 있는데 원 아시아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쓴 것 같다. 굉장히 다양한 심사위원을 골고루 볼 수 있었고, 다른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사람들마다 사고 방식도 많이 다르고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색도 있어 케이스가 올라오게 되면 그런 백그라운드(배경, 맥락)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원 아시아뿐만 아니라 광고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회사의 수익을 많이 만들어내는 부분이 더 중요하지 광고제가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흑백요리사만 봐도, 경연 대회가 주는 이점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변증법적 진화론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의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고, 공유되고, 경쟁을 하고,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더욱더 진일보할 수 있는 것 같다. 광고제도 그렇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내년 원 아시아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크리에이티비티를 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광고인으로서 해외에 나가 만나면 항상 K-드라마, K-팝 얘기가 먼저 나온다. 이번 원 아시아에서도 흑백요리사 얘기가 엄청 많이 나왔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엔터테인먼트, 창의 산업 분야들이 많이 있는데 광고 면에서는 그 정도의 저력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의 잠재력이 충분한데, 아태 지역의 광고인들과 많이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김경신 대표는 공감 있는 스토리텔링과 디자인 중심 솔루션을 앞세운 작품들로 수상 경력을 쌓아온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다. 파울러스를 설립해 현대자동차, 구글(Google), 라자다(Lazada), 맥캔(McCain) 등 글로벌 브랜드, 공공기관, 국제기구, NGO를 위해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 작업들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클리오 어워드(Clio Awards), 원 쇼(One Show), 런던 국제 광고제(London International Awards) 등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한편 2024 원 아시아는 10월 10일~12일 현장 심사를 거쳤으며, 파이널리스트에겐 개별 이메일로 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