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다" 60세 이상 취업자 사상 최다'43년의 금기' 노인연령 상향 문제도 수면 위로청년고용·노인빈곤 등 사회적 부작용 대책도 세워야
  • ▲ '2024 부산 잡(JOB) 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2024 부산 잡(JOB) 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하고 싶어하는 고령자가 늘며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많아지자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사회 공론화 과정에서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이 쪼그라들면서 세대 갈등을 키울 소지가 크고 기업 부담도 상당한 만큼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책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통계를 보면 최근 고령자의 취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법적 정년을 넘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다른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많아졌다. 

    9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2000명 늘어난 674만9000명으로 1982년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50대(672만명), 40대(619만1000명), 30대(547만3000명), 15~29세(371만명) 순이었다. 과거 20대-30대-40대-50대-60대 순으로 많았던 취업자 구조에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비용이 줄어드는 긍정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 공공부문에서 먼저 '정년 65세' 포문을 열었다. 행정안전부와 대구광역시가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 소속 근로자인 '공무직' 정년 연장에 이어 공무원, 공공기업, 민간기업 일반 근로자까지 정년 연장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계속 고용' 형태로 일하는 연령을 늘려 숙련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 "노인연령 75세로 상향" 이중근 노인회장이 불붙인 공론화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노인 연령 상향' 문제도 불붙고 있다.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에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는데 지난 21일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다시 공론화에 불을 붙였다. 

    이 회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올리는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면서 "현재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명이 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늘어난다.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노인 기준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 조항에 따른 것이다. 노인복지법 26조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수송시설 및 고궁·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나 할인해 이용할 수 있게 규정했다.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대에 불과했다. 

    이후 40여년간 평균수명은 66세에서 83세로 17세가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서 19%까지 높아졌다.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고 2040년에는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급속하게 바뀌면서 정년 연장과 노인 연령 조정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60세 이상 일자리가 670만개가 넘고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회적 공론을 모아볼 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든 노인 세대든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불씨가 생길 수는 있지만 청년층-노년층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용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대 간 대화가 절실하고 앞으로 총의를 모아 나가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년 65세 연장,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를 수 있는 만큼 대비책도 필요해 보인다. 정년 연장으로 청년 취업이 막히고 결혼·출산을 꺼려 사회적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고 노인연령 상향도 고령층에 대한 대중교통, 의료, 세금 관련 혜택이 없어지는 만큼 노인빈곤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적으로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해 노동자 간의 경쟁적인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자 간의 갈등은 복합적인 양상을 띠기 때문에 정년 연장 그 자체가 청년층과 노년층의 갈등을 부추긴다고 보긴 힘들고 고용시장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정년 연장 논의에 뒤따를 수 있는 세대 갈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