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스페인계 7곳 합종연횡1주당 4500원 요구하며 소액주주 부추겨삼성물산 적극 대응… 위임장 확보 집중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배당금 확대를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삼성물산이 긴장하고 있다.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주주총회를 앞두고 확실한 표차이를 내기 위해 분주히 돌아가는 모습이다.

    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전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을 열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IR을 가졌다. 지난 한해 1차례 개최한 것과 달리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 삼성물산은 주총을 열고 회사 경영정책을 결정한다. 6개 안건이 상정되는 이번 주총에서 쟁점은 배당금 규모다.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2600원으로 결의했는데 2000원 가까이 늘린 배당안도 함께 표결에 부친다.

    보통주 1주당 4500원을 요구하는 배당안은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미국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 안다자산운용 등이 제출한 안건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1.46%다. 현행법상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 1% 이상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0.42% 지분을 가진 영국계 팰리서캐피털까지 뭉치면 지분율은 더 늘어난다.

    최근에는 미국계 투자운용사 FPA와 스페인 코바스 인터내셔널과 샐렉션 펀드가 행동주이 펀드 주주제안에 추가로 참여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소숫점대에 그치지만, 점차 많은 투자자들이 배당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들은 "배당금 지급액을 늘리면 자본 배본을 주주 기대에 맞추는데 도움될 것"이라며 "삼성물산의 최대 약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가총액 30조원 규모의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에 그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가치만 25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음에도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2%에 미치지 못하지만, 4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까지 더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삼성물산 지분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 일가가 33.29%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KCC 9.17%를 더하면 40%를 상회한다.

    지배력은 변함없지만, 이번 주총을 앞두고 삼성물산의 태도는 과거와 다른 분위기다. IR을 늘리는 한편, 주요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가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경영실적 발표 때는 경영성과를 영문으로 번역해 공개하기도 했다. 또 자사주 1/3 규모를 3년에 걸쳐 소각하기로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wolf pack) 전략이 향후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선제적인 주주환원책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