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당초 1조6000억에서 6000억만 부담기술유출 논란까지 겹치며 '먹튀' 부정적 여론"감정적 대응보다 수출실적 쌓는게 국익에 도움"인도네시아 참여로 13년 답보 KF-21 사업 시작 "6000억 내고 1조7000억 가치 기술 못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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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이 인도네시아의 개발 분담금 축소 요구와 기술유출 의혹이 겹치면서 한동안 ‘먹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접근보다 긴밀한 소통을 통해 KF-21의 수출 레코드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8월 제16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KF-21 공동개발 분담 비율 조정 및 후속 조치 계획안을 의결했다.당초 KF-21의 총 개발비는 8조1000억원이었으며, 한국 정부, 한국항공우주(KAI), 인도네시아의 분담 비율은 60:20:20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6년 6월까지 1조7000억원을 부담하고 이에 상응하는 가치의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이후 분담 금액은 1조6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위기, 재정난을 이유로 들며 6000억원만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일방적인 분담금 축소 요구에 이어 올해 1월 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관련 내부자료를 유출하다가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KF-21 사업에 대한 국민여론은 부정적으로 변했다.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돈을 적게 내고 기술만 먹튀하려고 하니 사업을 끝내버려야 한다”는 강경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다만 방산업계에서는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아니었다면 시작조차 불가능했다는 점에서다.KF-21 사업은 지난 2002년 11월 제197차 합동참모회의에서 KF-X 체계개발을 공군에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하지만 이후 13년 동안 7차례에 걸쳐 사업타당성 조사만 진행됐다. 사업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답보 상태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다가 인도네시아가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2015년 12월 체계개발 계약이 성사됐다.KF-21은 올해 6월 20대 규모로 첫 양산 계약이 체결됐다. 공군에는 2032년까지 총 120대가 배치되며, 인도네시아는 사업 종료 이후 48대를 도입할 예정이다.한편,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의 경우에도 2011년 인도네시아에 첫 수출에 성공하면서 중동, 유럽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감안해 인도네시아와 감정 대립으로 사업이 공멸하기보다 첫 수출 실적을 쌓아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여기서 그만두면 수출 실적을 쌓을 수 없고 해외 공략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이어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적게 부담하면 그만큼 가져갈 수 있는 기술의 가치도 작아진다”면서 “6000억원을 내면서 1조6000억원 가치의 기술을 가져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