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클럽' 입성 이끈 양 회장, '품격있는 성장' 지평 열어최대 수익 → 지속가능 적정 수익 … 밸류업 새 기준 확립
  • ▲ 양종희 KB금융 회장(오른쪽)ⓒ뉴데일리
    ▲ 양종희 KB금융 회장(오른쪽)ⓒ뉴데일리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한 KB금융그룹의 주주환원을 놓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최대 수익’ 보다 ‘지속 가능한 적정 수익’을 찾아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읽힌다는 기류로 나뉜다. 

    엇갈리는 평가 속 명확한 것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넘어 금융그룹 최초로 ‘품격 있는 성장’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KB금융의 행보와 실적을 보면 양종희 회장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1조 7600억 주주환원 … ‘아쉽다’ vs ‘적극적 자본관리, 밝아진 전망’

    KB금융은 지난 5일 2024년 실적발표에서 올해 약 1조7600억원을 주주환원(현금배당+자사주 매입‧소각)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난해 말 CET1(보통주자본) 비율 13.51% 중 KB가 약속한 13%를 초과하는 자본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했을 때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실적발표 이후 일주일 사이 KB금융의 주가는 10%가량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예정 규모가 5200억원에 그쳐 높아진 기대치 대비 주주환원의 아쉬움이 다소 컸다”며 “CET1 비율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은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KB금융의 탄탄한 실적과 지속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에 호의를 표한 곳도 다수다. 

    글로벌 투자사인 골드만삭스, BoA(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등은 일제히 KB금융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리거나 매수를 추천했다.

    골드만삭스는 KB금융의 '예상보다 큰 자사주 매입 규모'를 언급하며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10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BOA는 "5200억원은 KB금융 단일 자사주 매입 중 사상 최대 규모"라며 목표주가를 11만8000원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KB금융은 업종 내 가장 높은 CET1 비율,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율), 정해진 주주환원 공식을 보유하고 있어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적극적인 자본관리에 대한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고 진단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환원을 하는 회사임이 분명하고, 2025년 이익 증가에 따라 총 환원금 증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KB금융은 특정 수치를 의도적으로 키우는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이 CET1 비율을 메이크업(관리)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주주환원을 위해 ‘적정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손실 흡수능력 확보 등 자본 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히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권이 이자 장사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딩금융으로서 최대 수익을 좇는 것보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품격 있는 성장으로 경영의 방향키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 ▲ ⓒKB금융
    ▲ ⓒKB금융
    ◇일관된 주주환원, 사회적 가치도 밸류업 … 상장사들이 배워야

    KB금융은 2022년 '중장기 자본관리 방안'을 수립한 이후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까지 이사회와 5차례 이상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며 전략을 다듬어왔다. 

    이러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반으로 2025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핵심 성과지표(KPI)를 재설계 하는 등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경영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가 아닌, 본질적인 기업가치 증대 방안을 찾겠다는 선언이다. 

    KB금융은 기업 가치 제고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밸류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에 발간한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이 사회 분야에서 창출한 가치는 연간 2조3800억원으로 ▲소상공인·소기업 상생 금융 지원 7470억원 ▲중소기업·벤처기업 성장 금융지원 6439억원 ▲고객 정보보안·금융소비자 보호 2405억원 ▲거점형 늘봄센터 건립을 통한 보육 돌봄 642억원 등이다. 

    사회의 패러다임이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바뀐 만큼 ‘돌봄’과 ‘상생’ 중심으로 사회공헌 전략을 개편하면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며 기업 가치를 높여가겠다는 소신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밸류업 전략 덕에 KB금융은 지난해 11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으로부터 밸류업 부문에서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거버넌스포럼은 KB금융의 밸류업 전략이 이사회 중심의 합리적인 절차 구축, 경영진의 진정성 및 우수한 거버넌스, 지속가능성과 예측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양종희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보여준 행보 역시 진심이 묻어났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사에서 “KB의 성장은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사회-고객-직원-주주와 함께 성장하며 기업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포부다.

    KB금융 경영진들도 이에 동참했다. 지난 5일 실적발표 이후 KB금융의 경영진들은 약 2만주의 자사주를 장내 매입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시장에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그룹 경영진이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밸류업 전략은 단순한 주주환원 정책을 넘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다른 상장사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