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OECD, AMRO, KDI 등 국내외 기관, 연금개혁 시급 한목소리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2060년에 140%, 2070년엔 180%로 급증개혁 1년 지체 때마다 하루 1425억원 부담 … "지금이 개혁 적기"
  •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뉴시스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국내외 권위 있는 경제기관에서 빗발치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국내 최고 씽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경고장을 날렸다. 

    3일 금융·경제 당국 등에 따르면 IMF는 한국이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을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순부채(정부 부채-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이 2070년에 1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의 모수적 연금 개혁 옵션(Parametric Pension Reform Options in Korea)' 워킹페이퍼를 최근 발간했다. 

    IMF는 기대 수명 증가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고령화가 국민연금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급등해 2041년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자산이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2041년부터 시작될 국민연금 적자를 정부가 메우면서 공공부채가 급증하고 1인당 GDP도 급감한다고 전망했다. 현 연금제도가 유지될 경우 2070년에는 GDP 대비 국가 순부채 비율이 180%로 급증한다는 분석이다.

    실질 GDP 성장률도 205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IMF 연구진은 "일할 수 있는 젊은 인구가 줄면서 소비·투자 감소, 생산성 하락 등 문제도 연달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곳은 IMF뿐만 아니다. OECD도 한국이 현재 국민연금 체제를 유지할 시 2060년이 되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4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한국 연금 제도 검토 보고서'에서 2060년이 되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4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MRO도 우리나라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AMRO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부 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 구조 악화도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AMRO는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건전성 계획을 표명해야 한다"며 "그 내용으로는 공적 연금 개혁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 국내 경제기관들도 일제히 경고… "연금개혁 서둘러야"

    국내 경제기관들도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KDI는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재정 부족분이 연평균 52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매일 약 1425억원씩 미래 세대의 부담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조동철 KDI 원장은 지난 5월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향' 정책토론회에서 "2~3명의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부양하는 것을 상상해 설계된 연금구조를 채 1명도 되지 않는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시대에 지속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연금개혁 논의에는 현재의 수급자나 가입자를 넘어 미래 가입자의 이해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발간된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이 되면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3조2536억원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다간 기금을 깨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 끼칠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회로 넘어 온 연금개혁의 공…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정부는 지난 9월4일 지속 가능성, 노후소득 보장, 세대 간 형평 등을 원칙으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단일안을 내놓은 것은 참여정부 시기이던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 대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변경하는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의 일환인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고 세대별 보험료 인상 차등화 등을 통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 2088년까지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안 발표 이후 연금개혁의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여러 전문가들은 올해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가 지나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6년 6월 예정된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각 당에서 연금개혁 관련 논의의 장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가동되고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연금개혁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서 제시한 연금개혁 대안은 다 나왔다"며 "이제는 정치적인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는 소모적인 정치 대립을 접어두고 오직 국민만을 위한 논의를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야당은 연금개혁이 정부의 성과로 남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개혁에 협조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연금개혁 당위성 여부를 정치적 득실이 아닌 근본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