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허가 취소 닫고 美 임상 재개… 7200억대 수출 성사유한양행, 국내 임상중단 물질 수출 후 미국 임상 3상 진입 한미약품, 기술반환 물질 적응증 변경해 1조원대 재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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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서 허가 취소되며 위태롭게 벼랑끝으로 몰렸던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TG-C)가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회생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이 치료제의 기술력을 다시 눈여겨본 건 싱가포르 바이오 기업 주니퍼바이오로직스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7234억원(약 5억7500만달러)이며 주니퍼바이오로직스는 한국, 중화권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독점 권한을 가진다.

    인보사는 2019년 3월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사항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하지만 국내 허가 취소 사유와는 달리 약효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설득해 지난해 12월 현지 임상 3상을 위한 환자 투여가 재개됐다.

    이번 기술수출이 가능할 수 있었던데는 미국 임상 재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치료 대상 환자군을 넓히기 위한 고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기술수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보사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기술수출로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이 재평가된 경우로 유한양행, 한미약품도 꼽힌다. 

    유한양행은 퇴행성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을 2018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총 2억1815만달러(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YH14618은 유한양행이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개발을 시작한 신약물질이다. YH14618은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로 구성된 물질로, 수술없이 척추 부위에 주사해 디스크를 재생시키는 작용기전을 가졌다.

    하지만 임상 2상 결과에서 위약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6년 임상중단을 결정했다.

    개발 중단까지 갔던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이 기술수출로 재평가되면서 글로벌 임상이 재개되는 선례로 남은 것이다. 최근 스파인바이오파마는 YH14618의 미국 임상 3상을 승인받고 오는 6월부터 환자 투여를 시작한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이 성사됐다가 다시 권리를 반환받았던 후보물질을 다른 적응증으로 재수출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이 당초 비만·당뇨신약으로 개발하던 'HM12525A'는 2015년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 됐지만 개발 도중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판단에 2019년 기술반환됐다.

    하지만 이후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되면서 2020년 MSD에 1조원대 규모로 재수출된다. 비만·당뇨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NASH를 포함한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의 확대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임상변경, 기술반환 등의 요소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이러한 요인을 악재라고 여겼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치 재평가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