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정족수 미달로 尹 탄핵안 자동 폐기정치적 혼란 장기화…증시 변동성 확대 불가피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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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됨에 따라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증시도 변동성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다.◆'비상계엄 사태' 尹 결국 탄핵 무산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여당의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돼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192명에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만 표결에 참여하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 정족수(200명)에 미치지 못했다.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은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징치권은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차기 임시국회를 통해 탄핵안을 재발의할 예정이다.국민의힘이 다시금 투표 참여를 원천 봉쇄할 경우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같은 혼란을 반복해야 한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겠지만 얼마나 반국민적이고 반국가적이고 내란 범죄에 적극 동조한 공범인지를 국민 역사속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부결로 증시 단기 변동성 확대 불가피내수 경기 위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한 대외 정책 리스크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까지 덮치면서 국내 증시가 겹악재를 맞고 있다. 탄핵안 폐기로 당분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표결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6일 국내 증시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비상계엄 이후 3일 만에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하락 전환, 장 중 1.8% 급락하며 2400선을 이탈했다가 13.69포인트(0.56%) 하락 마감했다. 같은 날 약보합으로 출발했던 코스닥은 2% 넘게 떨어져 650선을 하회했다가 낙폭을 다소 회복, 9.61포인트(1.43%) 내린 661.33에 거래를 마쳤다.원·달러 환율은 1430원선을 한때 위협할 만큼 급등했다가 이내 정부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며 1420원대로 하락했다.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러 경로에서 2차 계엄 가능성이 언급되자 향후 정치 상황이 안갯속인 불확실성과 그에 대한 불안 심리가 시장을 약세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증권가에서는 이번 정치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과거 대통령 탄핵 사례가 있었던 2004년(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론된다.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기각까지 탄핵 국면 동안 코스피는 11.66% 하락했다. 탄핵 국면 직전 기간에는 -3.73%, 탄핵 기각부터 한 달 후에는 -4.81% 등을 기록했다. 탄핵안 발의 전후로부터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까지 낙폭이 14.51%에 달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코스피는 탄핵 국면 전 1.13% 하락했지만 탄핵 국면과 이후 한 달 동안 각각 3.26%와 2.02% 상승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이듬해 3월 10일 코스피는 탄핵안 발의 전과 비교해 6.43% 올랐다.두 번의 탄핵 모두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공통점에도 그 정도와 방향은 달랐는데, 이는 증시 펀더멘털과 매크로 등 여러 대외 여건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2004년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했고, 2016년 탄핵 국면 시기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당선이 영향을 줬다.현재는 무엇보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이 증시에 미칠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과거 탄핵 이슈는 경기와 실적 등 증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재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기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갈등 장기화,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 우려도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가 신용 평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무디스도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정책 공백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주가, 외국인 수급 변동성이 유발될 소지가 있지만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하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당국의 의지를 고려하면 탄핵 정국이 신용등급 하락 등 소버린 리스크(채무불이행, 국가신용도 하락 등을 야기하는 것)로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 증시의 주가 및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 압력이 높지 않다. 2450포인트 내외에서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탄핵 정국에서 사업 연속성이 불확실하거나 소비자 심리 둔화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는 내수 업종에 대해선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투매 소화 후에는 펀더멘털이 중요하나 코스피 이익 추정치 하향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탄핵 정국에서 사업 연속성 관련 의구심이 대두되는 업종, 사회 혼란 장기화에 대비해 소비자심리 둔화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내수 업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