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비상계엄 선포 후 4거래일간 9천억원 순매수섹터별 대형주 저가 매수 나서…순매수 1~2위 삼전·하이닉스'尹피해주' 카카오·'급락' 금융株도 대거 매수'尹수혜주' 방산·원전·대왕고래株는 폭풍 매도
-
탄핵 정국 여파로 정치적 혼란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기금이 순매수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개인 패닉셀링(공포 속 매도)이 지속되고 있지만 연기금은 대형주를 집중 사들이며 주가 하락을 억제하고 있다.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 선포 이후인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4거래일 간 연기금은 8666억8500만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연기금은 코스피에서 지난 4일 1157억원, 5일 1847억원, 6일 3464억원 코스피를 사들였다. 개인이 1조1918억원어치 투매하는 9일에도 연기금은 7922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 '팔자' 행보를 보여온 연기금은 탄핵 정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매수세 덕에 국내 증시는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지난 8월5일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에도 순매수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당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손절매성 매도를 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다행히 거래 상대방인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순매도세 진정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순매수세 지속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4거래일간 연기금은 업종별 주도주를 골고루 담았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1408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136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대형주 비중을 늘렸다.
'윤석열 피해주'로 꼽혔던 카카오를 적극 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3위는 카카오로, 5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152억원)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 정권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부침을 겪던 카카오 그룹은 탄핵 정국이 사법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는 종목이다.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급락했던 금융주도 연기금은 대거 담았다.
연기금은 KB금융을 353억원어치, 신한지주를 132억원어치, 메리츠금융지주를 103억원어 순매수했다.
최근 대외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있는 2차전지 섹터 대형주들도 연기금 바구니에 담겼다. LG에너지솔루션(502억원), SK이노베이션(240억원) 삼성SDI(157억원)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연기금은 정부 수혜주로 꼽혀온 방산·원전주와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주 등은 적극 내다팔고 있다.
연기금은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차익 실현 수요가 높아진 고려아연(-432억원) 다음으로 두산에너빌리티(-378억원), 한국가스공사(-165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136억원), 현대로템(-65억원) 등을 대량 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대형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황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초대형 수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며 "선(先) 낙폭 과대로 가격 하락 위험 이 적은 대형주 경기에 둔감한 대형 경기 방어주, 실적 변동성이 적은 저베타 대형주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인식될 수 있는 대형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