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탄핵 가결까지… 불확실성에 국장 떠난 투심8년 전보다 상황 악화… 내수 부진‧트럼프 관세 여파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면서 한국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긴 경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다만 내년 국내 경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16년 정치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여파와 비교해봐도 이번 상황은 높은 대외불확실성, 침체된 내수경기 등으로 경제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보니… 수출 하락 국면우리나라는 앞서 두 번의 탄핵 정국을 경험했다. 2004년 3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이 시기 금융시장은 어땠을까.현재 한국 증시는 2016년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변화가 일던 때였다.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2016년 12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이후 90여일 뒤인 2017년 3월 마무리됐다.앞서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본격화하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4297억원 순매수세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는 11월 한 달간 319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외국인 이탈로 변동성도 컸다. 박 전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며 정치적 불안도가 높아진 2016년 11월 9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3.6% 급락한 1931포인트까지 떨어졌다.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12월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 판단(2016년 4분기)’를 통해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표면에 노출된 이후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실제로 당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포인트로 전월(101.9포인트)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이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을 기점으로 불안요소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등 증시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왔다. 2016년 12월 한 달 동안 1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했다.2017년 3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한국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야기한 중요 요소 제거로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일각에서는 2016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현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기업 수출 둔화 등 내수 부진이 맞물려 있어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영향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단명했고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국내 정치 혼란보다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짚었다.이 총재는 이날 한국의 정치 혼란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가 한국 수출업체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비하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 요인에 비해 외부적 요인이 현재 우리(한국)에게 훨씬 더 큰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2025년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는 우리나라 수출이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구간이었기에 탄핵 이후 경기 측면에선 빠르게 회복했으나, 이번에는 수출이 하강하는 국면에서 정치 리스크가 터졌다”고 지적했다.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내년에도 미 증시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며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 수출주 중심인 한국 증시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금융 시장 불안‧경제지표 부진… 정부도 ‘경기 하방 위험’ 경고국내 정치·경제 불안에 각종 경제 지표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정부도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을 보이며 1500원 수준으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증시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13일 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1원 오른 1433원을 나타냈다.달러 가치는 예상보다 높은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 인하로 인해 상승 압력을 받았다.지난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2.34포인트(0.50%) 오른 2494.46에 장을 마감하며 2490대를 회복했다.계엄 여파가 반영된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간 코스피 지수는 2.88%, 코스닥 지수는 4.27% 급락했다. 실제로 최근 사흘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조원 넘게 빠졌다.전문가들은 금융 시장 불안정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훼손된 가운데 정치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환율은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이 큰 모습을 지속할 것”이라 예상했다.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의 확대로 가계·기업의 경제 심리가 위축하는 등 하방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번 그린북은 '탄핵 정국'에서 정부가 내놓은 첫 경기 진단이라 관심을 모았다.앞서 한국은행과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내외 경제기관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안팎까지 낮췄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조차 “대통령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에 낫다”고 털어놨을 정도다.대내 불안요소가 커지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 투자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기재부 측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확고하게 유지,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민생안정 지원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