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스크에 외국인 자금 사흘 새 1조 넘게 이탈계엄 이후 탄핵 정국… 불확실성에 국장 떠난 투심8년 전보다 상황 악화… 내수 부진‧트럼프 관세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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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곧바로 탄핵 정국이 휘몰아치면서 한국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탄핵 소추안 부결이 확실시됐다. 

    정치 리스크가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외교, 경제 전반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16년 정치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여파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상황이 대외불확실성이 높고 내수경기도 좋지 않아 정치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보니… 상황 더 악화

    과거 비슷한 정치 불안 상황인 2004년 3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금융시장은 어땠을까

    둘 중에서도 한국 증시가 마주한 상황은 2016년과 더 유사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변화가 일던 때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2016년 12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이후 90여일 뒤인 2017년 3월 마무리됐다.

    앞서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본격화하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4297억원 순매수세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는 11월 한 달간 3194억원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이탈로 변동성도 컸다. 박 전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며 정치적 불안도가 높아진 2016년 11월 9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3.6% 급락한 193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12월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 판단(2016년 4분기)’를 통해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표면에 노출된 이후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당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포인트로 전월(101.9포인트)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을 기점으로 불안요소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등 증시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왔다. 2016년 12월 한 달 동안 1조원대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2017년 3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한국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야기한 중요 요소 제거로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2016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불확실성과 국내 기업 수출 둔화 등 내수 부진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영향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단명했고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국내 정치 혼란보다 외부 요인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의 정치 혼란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가 한국 수출업체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비하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 요인에 비해 외부적 요인이 현재 우리(한국)에게 훨씬 더 큰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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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이탈·강달러에 불확실성 ‘비관론’ 강해

    트럼프 발 강달러에 국내 정치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을 보이며 1500원 수준으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증시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410.1원) 보다 9.1원 오른 1419.2원에 거래를 끝냈다. 장중한 때 1429.2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계엄 여파가 반영된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간 코스피 지수는 2.88%, 코스닥 지수는 4.27% 급락했다. 실제로 최근 사흘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조원 넘게 빠졌다. 

    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에 돌입하고 트럼프 리스크와 강달러 현상에 외환시장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6일 한국의 정치 리스크 장기화 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4일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길어질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피치는 이날 한국 신용 관련 보고서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정치적 분열이 계속되면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및 재정이 약화해 신용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에 전체 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를 매기고 있다. 

    ◇진화 나선 금융당국, 시장 안정화조치 가동…회사채‧CP‧RP 매입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경제‧금융 수장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며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시장 충격을 진화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6일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높은 경계감을 갖고 24시간 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6일 전국은행엽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최근 금융‧외환시장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조치 등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도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제한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4일 당국은 채권시장·자금시장에 대해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사의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전 중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과 국고채 매입, 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이날부터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한시적으로 RP매매 대상 증권과 대상기관도 늘렸다. 또한 한은은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해 대출이 필요할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또 환율 급변동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도 적극 시행된다. 이 외에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와 담보 설정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