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계엄 전 밑돌아… 위기 넘긴 채권시장추경용 국채 발행‧트럼프 취임, 시장금리 상승 압박은행채 금리 급등시 기업 자금조달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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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드리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잦아들게 됐다. 

    하지만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후 이에 대응할 국정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고 경기 부진에 따른 추경용 국채발행 증가로 시장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연말 계엄사태에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은행권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53%(장 마감)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대비 1.2bp(1bp=0,01%포인트)가량 올랐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지난 3일 마감 수치(2.585%)보다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이다.

    계엄 선포 이후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채권금리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계엄 선포 이후 첫날인 4일 2.955%를 기록하며 하루만에 4.1bp 상승했으나, 채안펀드 무제한 공급 등 금융당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자 5일 2.929%로 2.6bp 하락했다. 이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1차례 부결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지난 13일 2.941%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이 연말 계엄사태로 인한 위기를 무난하게 넘긴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통과로 추가경정예산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경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 국채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한은이 연초 기준금리를 한번 더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하락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진 점도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국에 대해 공세적인 무역정책을 폈을 때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정책 담당자도 없고 뚜렷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대표적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들도 대출을 내주기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상 지금과 같은 연말과 달리 새해에는 은행들의 자금수요도 더 늘어나게 된다. 연말에는 기업들이 회계 마감을 앞두고 은행에 빚을 내기보다 갚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새해 채권시장 약세(금리 상승)가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 길이 막히고, 은행들은 현금을 찾아 나서는 기업들의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들에 대한 자금공급 차질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지난 9일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을 불러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 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중은행들은 계엄 사태 이후 비상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당국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환율에 자본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태”라면서 “새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이 가능하려면 코로나 때처럼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