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열차 헌재로…‘매주 블랙먼데이’우려는 면해변동성 줄겠지만 환율 수준은 높게 유지될 듯금융권, 자본비율 등 고환율 여파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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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그간 무섭게 널뛰는 환율에 놀란 금융권은 가슴을 쓸어내고 있다. 적어도 매 주말마다 탄핵안 국회 표결로 불확실성을 안은 채 월요일을 맞이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됐다.다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고, 1400원대 고환율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자본건전성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금융권은 이번 탄핵안 가결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확대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는 주요 매체에 부정적인 기사가 장기간 노출되는 것은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탄핵이 지연될수록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강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계엄사태 이후 금융권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환율 변동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1410원~1430원을 오르내리며 널뛰기를 하고 있다.전문가들은 탄핵안 가결로 환율 변동성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환율 수준은 계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어느 정도 숨을 고를 수 있겠지만 당장 계엄 이전 환율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계엄 사태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위상 자체가 많이 하락해 탄핵 가결만으로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지금과 같은 고환율에서는 은행이 보유한 외화 위험가중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달러로 조달해온 자금이 많은 은행은 갚아야 할 빚도 늘어나게 된다.기업들 역시 외화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 은행에 맡겨둔 달러를 대거 빼낼 가능성이 있다.특히 높은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 및 자영업 대출의 부실 위험도 뒤따르게 된다.금융사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고 외환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정치권의 빠른 사태수습 외엔 현실적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은행권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에게 서신도 보내고 해외 애널리스트와도 소통하고 있지만 그들이 참고할 뿐이지 나름대로 분석을 다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시장 매커니즘에 의해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 유의미한 대책을 세우긴 어렵고 혼란한 정치 상황이 빠르게 해소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경제·금융 수장들은 경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정치권이 신속하게 혼란 상황을 종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게 낫느냐’는 질문에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을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빨리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빨리 종결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