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개인차주 614만4000명 … 다중채무자 증가세업계, 무이자할부 혜택 등 신용판매 확대 노력탄핵 여파 아직 남아… 조달 금리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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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서민 경제 악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연체 차주와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탄핵 정국이 초래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카드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벼랑 끝 서민들"… 다중채무자 및 연체 증가로 '고통 가중'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4000명에 달했다. 연체 건수는 2만1460건, 연체 잔액은 49조4441억 원으로 집계됐다.연체 차주 문제는 단순히 개별 사례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채무자(1972만명)의 약 8%(157만명)이 월 소득 전부를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에 사용했다.심지어 연 소득의 7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비중은 13%(270만명)을 넘었다. 다중채무자들이 기본적인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 같은 상황은 대환대출 증가세에서도 확인된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한 차주들이 채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하며 차주의 부채 상환 악순환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6555억원으로 전월(1조6261억원) 대비 1.81% 증가했다.서민들이 이렇게 고금리 상품에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1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목표로 은행권 대출 한도와 심사를 대폭 강화하며 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그 결과 단기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같은 고금리 상품을 선택하게 된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두 달 만에 5332억원 증가하며 42조2201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금서비스 잔액 또한 전년 말 대비 1938억원 증가한 6조8355억원에 달했다.여기에 더해 최근 카드사의 신규 취급 개인신용대출 차주 금리 인상은 서민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대부분 카드사의 평균 금리가 인상됐다. 롯데카드는 13.42%에서 15.37%(+1.95%p) 우리카드는 14.17%에서 15.19%(+1.02%p) 삼성카드는 13.16%에서 13.89%(+0.73%p)로 각각 상승했다.◇탄핵 여파에 흔들리는 금융시장… 소비자·카드사 모두 '위기'탄핵 정국과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체크카드로 전환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카드사 8곳(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 3분기 휴면 신용카드 수는 1535만8000장으로 전년 동기(1345만2000장) 대비 14.17% 증가했다.반면 체크카드 발급량은 6264만9000장으로 2.08% 증가했으며 이용 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3.57% 늘어난 28조6299억4700만원에 달했다.카드업계는 현상황에 대응하여 신용판매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무이자할부 혜택을 확대했다. 이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을 유도해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대응책으로 풀이된다.그러나 탄핵 정국이 초래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업계는 또다시 어려움에 처했다. 특히 조달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며 카드사가 고객 혜택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이는 결국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이미 경기 악화로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금리 인하로 카드사가 조달비용을 낮춰서 할부 신용판매 비중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신용판매 비중이 늘어나면 문제가 되는 카드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