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노조 '고용승계' 외치며 파업 불사… 메리츠는 '글쎄'

'매각 5수생' MG손해보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된 가운데 노조와의 고용승계 갈등이 막판 변수로 떠오른다. 매각 방식 상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를 할 의무가 없다. 메리츠화재는 주주이익을 인수전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노조는 실리를 최대한 챙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나 카드가 소진되고 있는 형국이다.

1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 MG손보지부는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서는 '무기한 파업'을 포함한 투쟁 결의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고용승계에 대한 우려를 들어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기존 보유 계약과 우량자산,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하기로 한 공적자금을 목적으로 인수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9일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예금자보호법,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의 준수 여부와 선정 과정의 정당성을 검토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가처분 신청을 한다해도 법원에서 인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정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이 드러나지 않는 한 효력정지 가처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수전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자 일반적인 M&A 방식이 아닌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인수 방식이 바뀐 점도 노조에게 불리하다. P&A 방식은 법적으로 인수자에게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메리츠화재가 갑작스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이례적으로 자사의 인수 원칙을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MG손보 인수와 관련해 "메리츠금융이 M&A를 할 때 살펴보는 3요소는 가격 적절성, 인재 확보 여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이 감당 가능한지"라며 "MG손보가 이 기준들에 맞는지 세밀히 살펴볼 것이고 단순 외형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MG손보를 흡수해 외형 성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세간의 해석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MG손보 인수가)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 완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 중단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도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이에 부합하지 않을 시 인수 포기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발언들에 비춰볼 때 대승적 차원의 고용승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면 인수에 드는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수 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지에 몰린 노조는 750여명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기한 파업 카드까지 내놓을 참이다.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에 대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실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입장이라 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