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비상계엄 사태 불구 하이닉스‧네이버 각각 2853억‧2306억 사들여같은 기간 삼성전자 9103억 순매도…실적‧업황 악화 등 겹악재 영향韓 증시 반등하려면 결국 外人 매수 있어야…"수급은 예상보단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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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 쇼크 등 겹악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이들은 이른바 '셀 코리아'를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네이버와 SK하이닉스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9100억 원 규모의 매도세를 보이며 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 상황을 비춰보았을 때 외국인 수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계엄령 사태 다음날인 4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9거래일간 2조2213억 원을 팔아치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증시 이탈세에도 SK하이닉스와 네이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실제 외국인은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는데, 해당 기간 순매수액은 28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6.7%가량 올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네이버(NAVER)를 2306억 원가량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들어 무서운 기세로 올랐던 네이버 주가가 계엄 사태 이후 소폭 조정을 받자 매수 기회로 활용한 모습이다.

    이밖에 ▲크래프톤(842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824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743억 원) ▲두산에너빌리티(614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셀 코리아 기조에서도 일부 시총 상위 종목에 대해선 투자를 이어간 셈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금융주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주에 집중됐다. 계엄 사태로 현 정부의 정책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9103억 원), KB금융(-4486억 원), 신한지주(-1833억 원), 현대차(-1670억 원), 기아(-837억 원) 등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선 종목과 순매도한 종목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린 만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럽게 불거진 정치 불확실성으로 한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라며 "특히 향후 경제 펀더멘털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해외 자금도 이탈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한국 증시가 반등하려면 결국 외국인이 나서야 한다"라며 "향후 증시와 관련해 외국인에게는 경제 펀더멘털의 훼손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은 금리와 경기 변화에 둔감한 업종 중심으로 관심이 계속해서 모일 것"이라며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플랫폼, 바이오, 엔터 관련 종목에 이목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비상계엄‧탄핵 사태 이후 외국인 수급이 예상보다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매패턴을 보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정책 공백에도 비중 축소 속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을 견인한 주체는 오히려 개인으로 개인 비중 축소 영향에 투신, 은행, 보험 등 리테일에 가까운 주체들도 매도 압력을 키웠다"라며 "국내 정치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지만 않으면 결국은 업종과 개별 종목에 따라 저점 매수세 유입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