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163개사…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63곳에 달하고 총수일가인 미등기임원의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당국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경영 책임은 지지 않고 의사결정에 영향력 행사 여부와 사익편취 추구 여부 등을 면밀히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공정거래위원가 80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899개 계열회사(상장사 344개, 비상장사 2555개)를 분석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68개사(17.0%)이고 전체 이사(9836명) 중 총수일가 638명(6.5%)이 이사로 등재됐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과 전체 이사 중 총수일가의 등재 비율 모두 2022년 이래로 상승 추세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사례가 2년 연속 증가하고 있어 총수일가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총수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63개사(5.9%)로 전년(5.2%) 대비 0.7%포인트(p) 증가했다. 총수 본인은 평균 2.5개, 총수 2·3세는 평균 1.7개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또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중 절반 이상(54.1%)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63.6%로 가장 높았고 금호석유화학(28.6%), 중흥건설(26.4%), 셀트리온(25.0%) DB(20.0%) 등의 순이었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9개), 유진(3.8개), 하이트진로 ·한화 ·효성·KG(3개) 순으로 많았다.

삼성·한화·HD현대·신세계·CJ·DL·미래에셋·네이버·DB 등 20개 대기업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없었다. 이중 DL·미래에셋·이랜드·태광·삼천리 5곳은 총수 본인과 총수2·3세를 포함한 총수일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1%로 지난해(51.5%) 대비 소폭 감소(-0.4%p)했으나 여전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전년 대비 1.2%p 상승했고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4%로 전년(99.3%)과 유사한 수준이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53건, 0.6%) 중 9건의 경우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으로 확인됐다.

정 과장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대부분이 원안가결되고 있어 이사회의 내부 견제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시장감시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주총회에서의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또는 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8.4%로 증가 추세다. 특히 전자투표제의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86.3%에 달한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행사 사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지난 3월 KT&G의 이사 2명 선임 안건 1건에 그쳤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