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관금액, 1178억달러…거래액도 역대 최대증권사 간 서학개미 유치 경쟁 치열…신규 서비스·이벤트 봇물일각선 투자자 보호 미흡 우려…위험관리 체계 고도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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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트럼프 리스크’와 ‘12·3 비상계엄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정체된 사이 뉴욕증시는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해외주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이벤트들도 쏟아내면서 서학개미 유치전에 열을 올렸다.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에 치중된 영업행태가 자칫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시스템 대응력·위험관리 체계의 고도화 노력이 동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186억달러(한화 약 172조171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예탁원이 관련 자료를 집계한 지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매수+매도액)도 지난달 기준 634억9526만달러(약 92조1761억원)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월(193억2035만달러) 대비로는 228.64%나 급증했고 지난달(367억6848만달러)보다도 72.69% 늘었다.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뉴욕증시에 퍼진 영향이다. 실제 최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종합 지수는 최초로 2만선을 넘어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최고점을 찍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지속적으로 나가면서 수급이 줄어들고 있다”며 “서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과 함께 연기금 등 기관자금의 해외투자 비중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증권업계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는 9176억원으로 전년 동기(5413억원)보다 69.52% 증가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4분기까지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취 규모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1조3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환전 관련 이익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9개 증권사(미래에셋·한투·삼성·키움·NH·KB·신한·토스·카카오페이증권)의 연간 달러 환전 수수료 수익은 약 163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준(1294억원)보다 약 26% 늘어났으며 2022년 연간 수준(1150억원)보다는 41.8%나 증가했다.해외주식 관련 이익이 증권사들의 비중 높은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간 투자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올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현대차증권 등은 자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개선·개편했으며 유안타증권과 상상인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들도 신규 MTS를 출시하고 앱 내 신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또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 대상 상품 증정, 투자지원금 제공, 해외주식 제공 이벤트 등 관련 이벤트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다.이처럼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해외주식에만 집중되자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익 목표에만 치중된 영업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반드시 선행돼야 할 투자자 보호가 미흡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일례로 지난 8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당시 발생한 ‘블루오션 사태’가 있다. 국내 19개 증권사가 블루오션을 통해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주문도 늘어나자 블루오션은 이날 이뤄진 주간거래 체결분에 대한 매매를 일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당시 금감원 집계 기준 블루오션의 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는 19개 증권사의 약 9만계좌, 6300억원에 달한다.심각한 점은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루오션은 금융투자협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현지 ATS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 책임이 없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를 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밝혔다.증권사들도 해당 사태에 대한 원인은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거래 중단·취소 통보로 인한 것이며 해외 거래소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장애는 약관상 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금감원은 “이번 사례는 현지 대체거래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일방적 거래 취소로 발생해 국내 증권사의 귀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라면서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당장의 수익에 치중해 투자자들을 해외 증시로 밀어 넣는 상황에서 지난 ‘블랙먼데이 사태’처럼 급작스럽게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또다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증시는 언제든지 변동성에 휩싸일 수 있는데,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에 치중해 책임은 지지 않고 투자자들을 외나무다리로 내모는 것은 금융기관으로써의 도덕적인 덕목도 아니다”며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증권사가 해외로만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신승환 연구원은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18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에 따른 거래 안정성과 위험관리 대응력의 중요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위탁매매업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특성상 증권사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와 거래 안정성은 상당히 중요한 자산이며 한번 훼손될 경우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따라서 변동성 장세 발생에 따른 거래 오류 등 돌발상황으로부터 국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와 증권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 대응력·위험관리 체계의 고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