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카드론‧현금서비스 의존… 고위험 자산 비중 20% 초과건전성에 조달 리스크까지… 내년 1분기 만기상환 카드채 7조더 낮아지는 카드 수수료… ‘이자장사’ 의존더 더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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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카드사들이 본업 부진 속에서 대출 중심의 불황형 흑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결제 가맹점 중 영세·중소가맹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년부터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론 등 위험자산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위험 자산으로 수익성 만회… 커지는 건전성‧자금조달 리스크

    30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주요 카드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지만 이는 본업인 신용판매가 아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같은 대출사업에 의존한 결과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의 대출 자산 중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고위험 자산의 비중은 20%를 초과했다. 이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환경에서 건전성 리스크를 심화시키며 장기적으로 카드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건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리스크까지 불거질 우려가 있다. 내년 1분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카드채 규모가 6조9400억원에 달한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카드사별 만기 규모는 △현대카드 1조3200억원 △롯데카드 1조1500억원 △신한카드 1조1800억원 △KB국민카드 1조800억원 △삼성카드 9500억원 △우리카드 8000억원 △하나카드 3800억원 △비씨카드 15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만기 도래 채권을 재발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카드채가 만기를 맞으면서 더 높은 금리로 재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채 금리는 △2020년 1%대 △2021년 2%대 △2022년 3%대 △2023년 4%대로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차환 발행 금리는 3%대를 유지하고 있어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카드채 상환 부담이 불황형 흑자로 연명하고 있는 카드업계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1일 열린 '제13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대출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며 "비용 절감에 매달리다 보니 장기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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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업은 뒷전, 대출에 의존하는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탓"

    카드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카드론 비중은 모든 카드사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카드사 9곳(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농협카드)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10월 말(42조2201억원)보다 3252억원 증가한 수치다.

    한편 전업 카드사의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2019년 41.4%에서 2020년 42.1%로 증가했으나 2022년에는 38.9%, 지난해는 38.5%로 줄어들었다.

    업계는 내년에도 카드론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금융권 대출 규제가 지속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긴급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신용판매 부진을 카드론 취급액 확대를 통해 보전하고 있지만 카드론이 고금리 상품이라는 점에서 연체율 증가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카드론은 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긴급히 이용하는 상품으로 대출 규제와 내수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카드업계의 건전성 리스크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재무 안정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 카드론 이용회원 금리별 분포도를 보면 저신용자에 적용되는 18~20% 고금리 구간에 속한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대비 10월 말 각 카드사별 저신용자 비율은 △우리카드 30.18%포인트(P) △롯데카드 15.68%p △KB국민카드 5.3%p △신한카드 1.15%p △현대카드 0.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은 저신용자들의 이용률이 높아 카드사들이 떠안게 되는 부실 위험도 그만큼 크지만 업계는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를 통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최대 0.1%포인트 인하하는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305만개의 영세·중소가맹점이 평균 8.7%, 약 178만6000개의 PG 하위 사업자가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연간 3000억원 이상)을 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카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됐고 신용판매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금리의 리볼빙과 카드론 자산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 카드업계의 전망이 부진한 가운데 카드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업계 차원에서 고객 혜택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행 규정상 3년 주기로 재산정하는데 앞서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등 매번 인하를 거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