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 증가… 과잉 책정 비판야당, 교육교부금 남아도는데 정부 책임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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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 예산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부와 여당은 교육청의 예산 여력을 강조하며 "중앙정부의 추가 부담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청 교부금의 과다 책정 문제를 고려할 때, 이번 거부권 행사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도입한 정책으로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당시 이 정책은 한시적으로 설계됐으며 지난해 말로 특례 조항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그러나 야당은 특례 조항을 2027년까지 연장하고 중앙정부의 분담을 유지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으로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며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 역시 이런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야당은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교육청이 무상교육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 학생 복지와 시설 관리 예산이 대폭 삭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중앙정부는 최근 2년 연속 세수 결손을 겪었으며 재정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육청은 사용하지 못한 교부금을 매년 수조 원씩 이월하고 있어 추가 지원 요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올해 교부금 규모는 72조3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3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실제 교육 수요는 줄고 있어 교부금이 과다 책정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실제로 교육청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사례는 적지 않다.지난 2021년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1학년 전원에게 태블릿PC를 무상 제공하기 위해 600억원을 사용했다. 학생 대부분이 이미 디지털 기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뤄진 과잉 지출이었다. 이 밖에도 일부 교육청은 선심성 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며 교부금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교 무상교육 비용 분담 논란은 단순히 예산 문제를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 책임과 역할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교부금법 특례 조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 세대에 걸쳐 균일한 교육의 질이 보장되기 위해 교육 예산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여당에서 제시한 급진적인 감축보단 40%, 30%, 20% 수준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이번 거부권 행사로 인해 고교 무상교육 비용 부담의 책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야당은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중앙정부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방만한 예산 운용을 개선하고 교부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