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스 그룹, 레오버넷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 합병 발표새 크리에이티브 유닛 '레오 콘스텔레이션' 선봬레오버넷의 크리에이티브한 '장인정신'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의 데이터·기술 역량 결합"레오, 오늘날 업계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 자신
  • ▲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유닛 '레오' 로고. ©퍼블리시스 그룹
    ▲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유닛 '레오' 로고. ©퍼블리시스 그룹
    글로벌 광고 지주회사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이 산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레오버넷(Leo Burnett)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Publicis Worldwide)를 합병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유닛 '레오(Leo)'를 선보인다. '레오'는 인간이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장인정신과 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에이전시로서 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퍼블리시스 그룹은 90개 국가 1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둔 레오버넷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를 합병해 '레오'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병에 따라 광고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姓) 중 하나였던 '버넷(Burnett)'이 약 9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레오버넷'은 지난 1935년 레오 노블 버넷(Leo Noble Burnett)이 미국 시카고에 레오버넷 주식회사(Leo Burnett Co.)를 설립한 이래로 쭉 같은 회사명을 유지해왔다.

    각국에 있는 '레오버넷'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 이름도 모두 '레오'로 변경된다. 이제 레오버넷 시카고는 레오 시카고로, 퍼블리시스 뉴욕은 레오 뉴욕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한국에 사무실을 둔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와 레오버넷 코리아는 퍼블리시스 그룹 측과 합병 관련한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단, 파리에 있는 퍼블리시스 콘세이(Publicis Conseil)만 예외적으로 현재 이름을 유지한다.

    신설된 '레오'는 지난해 칸 라이언즈에서 '올해의 에이전시(Agency of the Year)'를 수상한 퍼블리시스 콘세이의 마르코 벤투렐리(Marco Venturelli)와 아가테 부스케(Agathe Bousquet) 공동 대표가 이끌게 된다. 벤투렐리는 '레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겸한다. 

    퍼블리시스 크리에이티브(Publicis Creative)의 가레스 구달(Gareth Goodall) 최고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 CSO)는 '레오'의 CSO를 겸하게 되며, 앤드류 브루스(Andrew Bruce) 퍼블리시스 그룹 캐나다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는 '레오' 북미 지역 의장직을 추가로 맡게 된다. 

    벤투렐리, 부스케, 구달은 퍼블리시스 그룹 산하 에이전시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차별화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워 오브 원(Power of One)' 전략을 바탕으로 '레오'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각 에이전시 간 연결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 간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해고는 없다고 퍼블리시스 그룹 대변인은 밝혔다.

    '레오'의 로고에는 '레오'의 이름과 퍼블리시스의 상징인 사자 이미지가 함께 들어가며,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라는 명칭이 함께 붙는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레오'를 네트워크가 아닌 '크리에이티브한 별자리'로 묘사했다. '레오 콘스텔레이션'은 별자리 중 '사자 자리'로, 퍼블리시스의 창립자인 마르셀 블루스타인 블란쳇(Marcel Bleustein-Blanchet)의 별자리이기도 하다. 

    레오버넷은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 캠벨(Campbell)의 골드피쉬(Goldfish) 브랜드와 켈라노바(Kellanova) 등 주요 어카운트를 잃었다. 뷰익(Buick)과 GMC, 캐딜락(Cadillac) 등을 포함한 GM 비즈니스를 잃게 되자, 퍼블리시스는 레오버넷 디트로이트(Leo Burnett Detroit)의 문을 닫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레오버넷의 부진한 성적과, 최근 업계에 큰 화제를 몰고 온 옴니콤(Omnicom)과 인터퍼블릭(Interpublic)의 합병 소식 등이 '레오' 설립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퍼블리시스 측은 이를 부인했다.

    칼라 세라노(Carla Serrano) 퍼블리시스 그룹 CSO는 "레오버넷이 가진 장인정신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의 데이터 및 기술 분야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퍼블리시스는 글로벌 고객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폭발적인 크리에이티비티(exponential creativity)'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결합은 두 회사 간 상호 보완적인 역량과 기업 정신(spirit), 철학 등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사례"라며 "고객들이 이같은 조합을 강하게 원하는 시점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효율성에 집착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레오'는 새로운 틀을 재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서 사둔(Arthur Sadoun) 퍼블리시스 그룹 의장 겸 CEO는 성명을 통해 "(레오버넷과 퍼블리시스 월드와이드의)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가 가진 재능과 정신을 통합함으로써 '레오'는 더욱 커지고 강해질 것이며, 더욱 많은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전사 직원들에게 '레오' 설립을 알리는 내부 영상을 통해 이 점을 반복해 강조했으며, 졸리 그린 자이언트(Jolly Green Giant), 필스버리 도우보이(Pillsbury Doughboy), 찰리 더 튜나(Charlie the Tuna), 토니 더 타이거(Tony the Tiger) 등 역사에 길이 남을 브랜드 아이콘을 창조한 광고맨인 레오 버넷의 생전 영상도 함께 포함시켰다.
  • ▲ 레오 노블 버넷 레오버넷 창립자. ©leoburnett.az
    ▲ 레오 노블 버넷 레오버넷 창립자. ©leoburnett.az
    레오 버넷은 1967년 자신의 은퇴 연설에서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광고를 만드는 데 더 적은 시간을 쓰는 등 회사가 나의 신념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회사 문패에서 내 이름을 빼 달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떠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광고(Our kind of advertising)'는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직원들이 잊지 않기를 당부한 것이다. 

    이에 퍼블리시스 그룹은 영상에서 '레오'라는 새로운 회사 이름을 통해 레오 버넷이 남긴 유산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레오, 당신의 이름은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은 문패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레오 버넷의 철학과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사고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유닛인 '레오'에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1935년 탄생한 유서깊은 광고회사 '레오버넷'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의 정신과 철학은 '레오'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정립 될 전망이다. 앞서 '제이 월터 톰슨(J. Walter Thompson, 1864년 설립)', '영 & 루비캠(Young & Rubicam, 1923년 설립)', '분더먼(Wunderman, 1958년 설립)' 등 전설적인 광고 회사들도 지난 2023년 10월 WPP가 VMLY&R(VML과 영 & 루비캠 합병)과 분더먼 톰프슨(분더먼과 제이 월터 톰프슨 합병)을 VML로 합병하면서 광고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인 애드에이지(Ad Age)가 1945년 발표한 '에이전시 리포트(Agency Report)' 상위 22개사 중 현재까지 비즈니스를 이어오고 있는 에이전시는 옴니콤 그룹 산하의 BBDO(1928년 설립)와 인터퍼블릭 그룹 산하의 맥켄(McCann, 1912년), FCB(1873년 설립), 캠벨 이왈드(Campbell Ewald, 1911년 설립)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현재 논의 중인 옴니콤과 인터퍼블릭의 합병이 완전히 완료될 경우, 4개 에이전시에도 어떤 변화가 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라노 퍼블리시스 그룹 CSO는 "레오의 탄생으로 퍼블리시스는 고객들에게 각기 다른 목적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자신했다. 이어 "레오는 오늘날 업계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레오' 외에도 사치 & 사치(Saatchi & Saatchi), 팰런(Fallon), 더 커뮤니티(The Community), 르 트루크(Le Truc), 르펍(LePub) 등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퍼블리시스 그룹은 '르펍'을 확장해 이번 달 안에 뉴욕 사무실을 열고 연내 런던과 보고타, 콜롬비아,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지역에도 사무실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