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유의 시정연설 보이콧 이은 '최악의 경우' 대비준예산 편성 준비 사례는 있으나 실제 집행된 적 없어전년도 예산 준해 최소한의 정부기능 유지비만 지출 가능SOC·복지 등 신규·증액사업 스톱… 野에 '부메랑'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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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몽니를 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일각에서 준예산 집행을 염두에 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언급이 나왔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선 실제로 준예산이 집행된 전례가 없고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면 국민의 원성이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26일 정치 경제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일각에선 내년도 639조원의 정부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수도 있다고 보고 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검찰·감사원의 전방위적인 사정 움직임에 반발하며 지난 25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거부)을 실행에 옮기면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 대치가 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 예산을 말한다. 다만 준예산 집행은 제한적이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준예산은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에만 쓸 수 있다. 사실상 정부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와 인건비만 지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돌려 말하면 신규 사업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노인일자리 등 복지관련 재량지출도 막히게 된다. 내년 예산에는 만 0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1조3000억원)가 신설됐는데 준예산 집행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 또한 의무지출일지라도 새로 변경된 내용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복지예산중 지급단가가 오른 사업은 전년도를 기준으로 예산이 집행되기 때문에 지급단가 인상 혜택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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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설명으로는 1960년 준예산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예산심사 표류 가능성을 고려해 준예산 편성을 준비했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실제로 편성·집행된 적은 없었다.국민의힘은 최악은 피하고자 민주당의 일부 예산 증액 요구에 열려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넘어섰다"고 건전 재정을 강조한 만큼 민주당의 '포퓰리즘성 예산증액'은 수용이 어려울 거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일각에선 민주당이 준예산 집행이라는 막다른 상황까지 정부를 몰아붙이지는 못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사업예산이 막히면 피해는 대다수 국민이 볼 수밖에 없어 성난 민심이 민주당을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재정당국 차원에서) 준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국회에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지연할 경우 예산 집행을 위한 사전준비 절차가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예산을 제때 집행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에는 국회가 새로운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가 한 달간 예산집행을 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