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승객 "뒷자석 선반 승객 짐서 화재 시작" 진술 리튬이온배터리, 기온 상승·과충전 등으로 화재 가능성 美 항공편서 리튬배터리 화재 잦아… "2015년 이후 388% 증가"
  • ▲ 28일 오후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오후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홍콩행 항공기 BX391편 화재의 유력한 원인으로 '보조 배터리'가 지목됐다. 화재 항공기 양쪽 날개와 엔진이 손상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하면서다. 

    30일 소방당국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쯤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등을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고 직후 현장에 파견된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는 화재 항공기의 양쪽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일부 승객과 승무원의 진술에 따르면 화재는 뒷자석 승객 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 중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주방에 있다가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으로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또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어부산 보고서에는 당시 기내에서 근무 중이던 승무원이 "항공기 좌석 28열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에서 화재가 추정된다"라고 진술한 내용이 담겼다. 

    승객들도 "선반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 중이다. 한 승객은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며 "'타닥타닥' 소리에 대해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승객이 기내 수하물로 오버헤드빈에 넣은 보조 배터리가 압축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했다.

    보조배터리로 인한 기내 화재는 국내 항공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8일에는 아시아나항공 김포발 제주행 OZ8913편 항공기의 기내 선반 안에 있던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사무장이 승객의 가방을 꺼내 초동 조치했고, 부사무장이 이 가방을 소화 전용 용기에 넣고 진압을 마쳤다.

    지난해 7월11일에는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5시쯤 인천공항에 접근 중이던 이스타항공 ZE512편에서 한 승객이 보조배터리 2개를 연결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연기가 발생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승무원이 연기를 확인한 즉시 물을 부어 화재를 진압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하지만 탑승객 사용 목적의 100wh 이하 소량에 한해서는 운송을 허용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기온 상승이나 과충전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부풀거나 내부 압력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항공편에서는 평균 주 2회가량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발생한 리튬 배터리 관련 항공편 사고는 총 504건으로 이 중 206건은 충전식 배터리에서 발생했고 104건은 전자담배와 관련됐다. 특히 2015년 이후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는 388% 증가했다.

    한편 소방당국과 항철위의 30일 합동 감식 이후 부산경찰청은 수사본부 구성 등 수사 인력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항공사 등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