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법 vs 방통위법' 충돌 … 등 터지는 이통사법·기준 따랐을 뿐인데 … 공정위 "방통위도 사실상 공범?"32회 조사, 과징금 1646억 방통위 처분 불구 또 … '이중삼중' 처벌정부 부처 엇박자, "누굴 믿어냐 하나" … 혼란 속 정부 불신 이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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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준표 기자. ⓒ뉴데일리
"이통사간 치열한 보조금 경쟁에 맞춰 발 빠르게 혜택을 보지 못하는 노인 등 일부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이를 위해 제정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 폐기를 앞두고, '담합법'으로 변질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업계에서는 "정부를 믿지 못한다면,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지 볼멘소리까지 나온다.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그동안 정부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정한 법과 기준을 따랐을 뿐인데, 공정위가 갑자기 날려 보낸 청구서에는 '담합' 과징금이 담겼다.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라보는 '단통법'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부 부처간 엇박자로 애먼 이통3가 누명을 쓴 격이다.앞서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2014년 10월1일 제정된 후 오는 7월22일 폐지를 앞둔 단통법을 놓고 이통사에 칼날을 겨눴다.단통법이 유지됐던 10년의 기록은 공정위 입장에서 손쉬운 먹잇감이 됐다. 공정위의 시각은 이통3사를 관리하는 정부부처인 방통위까지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담합의 기준은 명확하다. 1. 둘 이상의 사람이, 2. 의사 교환을 통한 합의를 하고, 3. 경쟁 제한적 공동행위를 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둘 이상의 사람에는 정부 기관이나 협회 등도 포함된다는 게 기업 대관 담당자의 설명이다.담합과 관련,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하는 미국 등 선진국 경쟁당국의 경우 '추정 담합'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공정위의 경우 패소에 따른 여론 등의 부담을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공정위가 뭔가 확실한 것을 잡았다는 해석으로 가능하다.하지만 이번에 공정위가 잡은 증거는,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사실상 단통법과 그동안 이통3사에 대한 방통위 처분 내용을 기반으로 '담합'이라는 프레임을 씌웠을 가능성이 크다.방통위는 단통법 도입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에서 지급할 것을 법으로 명시해 왔다. 이 수준이 넘어서면 불법 보조금으로 유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 혜택을 더 높일 수 있었는데, 제한폭을 30만원으로 선을 그었다. -
- ▲ 이동통신 3사. 사진=정상윤 기자. ⓒ뉴데일리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위가 가장 큰 담합 증거로 삼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방통위는 과도한 보조금 경쟁 제한을 위해 사별로 20~30분마다 번호이동 상황을 KAIT 상황반을 통해 집계토록 했는데, 이 과정을 두고 공정위는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감 조정' 및 '판매장려금 허용범위'를 합의한 것으로 봤다.번호이동 과정에서 계약 해지 및 신규 계약을 위해 통신사간 정보 교류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는 담합의 증거가 된 셈이다.방통위는 단통법에 근거해 번호이동, 장려금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뿐 아니라 수십 차례의 제재를 통한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 등 강력한 제재를 해왔다. 즉 강제성이 분명한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단순 행정지도가 아니라 법 집행을 해 온 것이다.이와 달리 공정위는 '행정지도'란 표현을 강조하며, 방통위의 이동통신 시장 규제, 관리행위의 적법성을 훼손하기 위해 정당한 단통법 집행을 법적 근거 없는 것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다.공정위의 이번 움직임은 자칫 이통3사를 넘어 정부 기관이 또 다른 정부 기관인 방통위를 처벌하는 상황으로 연출 될 수도 있다. 또 사업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 존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특히 방통위가 단통법 제정 이후 총 32회에 걸친 사실조사 및 제재 처분을 통해 1646억에 달하는 과징금을 이통사에 부과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공정위의 대규모 제재의 파장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검찰 고발까지 이어지면 이통사는 동일한 사안으로 이중, 삼중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전세계적으로 AI 투자가 화두인 현 상황에서 5조원이 넘는 역대급 과징금은 단순 통신시장 뿐만 아니라 AI, 클라우드 등 ICT 산업 전체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분명한 것은 국내 통신산업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 만큼, 담합을 할 수 있는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공정위는 이달 4일 이통3사와 KAIT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전의견 청취를 마친 상태며, 오는 26일과 3월5일 두 차례 전원회의 후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정부 부처간 엇박자로 법과 법이 충돌했다. 이는 불평등과 혼란,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단통법은 태생부터 지원금 한도를 정해 소비자 혜택을 제한하는 법으로 출발했다.공정위가 법 폐지를 앞둔 시기에 칼춤을 출 게 아니라, 법 제정 전 문제를 인지·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