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초부터 채무인수 급증…효성重 2863억원 최다무리한 PF사업 확장 '부메랑'…10대사 책준대출 70조원빠르면 이번주 대책…책준기한 연장·채무 차등적용 검토"공사비 안정 없인 효과 無"…발주처 부담 가중 우려도
  •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사 책임준공 채무부담이 위험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기간이 지연되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 채무를 껴안고 있었다. 정부는 빠르면 금주내 책임준공 연장사유 및 배상범위를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중견·중소사 줄도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책임준공이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를 대신해 건설기업이 기한내 준공을 보증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한이 하루만 늦춰져도 건설기업이 PF대출 전액을 인수해야 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채무인수가 급증한 시기는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이 본격화된 2023년초부터다. 

    실제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023년 2월부터 현재까지 2년간 건설사가 떠안은 책임준공 관련 채무액은 1조1172억원에 달했다.  

    해당기간 개별건설사 채무인수 규모를 보면 효성중공업(시공능력평가 39위)이 286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 '부산 온천동 주상복합사업(1038억원)'과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사업(436억원)', 지난 1월 '대구 상동 공동주택 사업(1389억원)' 등에서 책임준공 관련 채무를 떠안았다.

    다음으로 △까뮤이앤씨(124위) 1750억원 △GS건설(6위) 1312억원 △HDC현대산업개발(10위) 995억원 △금호건설(20위) 612억원 △상지건설(570위) 550억원 △범양건영(182위) 32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호황기에 급격하게 확장했던 PF사업이 책임준공 채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준공기한을 못지켜 떠안은 채무는 그대로 손실로 반영돼 실적 및 재무건전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이미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 책임준공 관련 PF대출 규모는 총 68조5679억원으로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공사지연 여부에 따라 빚더미로 돌변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금융권이나 대주단 책임준공 요구는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지 오래"라며 "단순히 건설사들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책임준공 채무를 떠안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책임준공이 건설업계 줄도산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빠르면 이번주 정부가 발표할 건설시장 안정대책 핵심은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를 늘리고 공기지연에 따른 채무인수 범위를 차등적용하는 것이다.

    기간별로 △책임준공 기한~30일 채무인수액 20% △30~60일 40% △60~90일 60% △90일이상 100%로 세분화했다. 현재는 책임준공기한을 단 하루만 어겨도 시공사가 채무 100%를 인수해야 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만 인정됐던 책임준공기한 연장사유를 △원자재 수급 불균형 △전염병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다만 이번 대책만으로 건설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탓에 공기가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자재값, 공사비 안정 없이 채무인수 기간 및 범위를 완화하는 것 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채무인수 조건을 세분화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나 중견·중소건설사 경우 공사가 90일이상 지속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불가피한 공기지연시 손실을 덜어주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준공 조건을 완화할 경우 공사 지연이 더 빈번해지거나 발주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건설사 사정도 충분히 이해되나 책임준공 조항은 조합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며 "책임준공 완화 정도에 따라 공사지연이 더 빈번해지는 등 현장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