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기 주주총회 예정…이사회 구성 놓고 격돌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고려아연-영풍 상호주 관계 형성"영풍 측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금주 초 법원 결정 주목홈플러스 사태로 MBK 비판 거세…국민연금, 적대적 M&A 투자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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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영풍 측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허용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초 결정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는 ▲이사 수 19명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7개 안건이 상정된다.
주총의 핵심은 이사회 구성이다. 지난 임시 주총에서 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통과됐다가 법원의 무효 판결로 재논의된다.
안건이 재통과될 경우 이사 수는 19명 이하로 제한된다. 부결 시 12명 또는 17명으로 정한다. 과반수 장악이 목표인 영풍·MBK은 17명으로 설정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사 수가 확정되면 양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에 대한 찬반 표결을 진행한다. 12명 또는 17명 선임 기준으로 고려아연은 8명(권재열 후보 사퇴로 7명), MBK·영풍은 17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현재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인사가 11명, 영풍·MBK 측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현재의 이사회 구도가 깨질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영풍·MBK 연합이 40.9%,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34.35%를 지분을 갖고 있어 영풍 측에 유리하다. 다만 소수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결과는 확신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중요한 건 영풍 측이 지난 18일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다.
정기 주총에서 영풍 측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처분인 만큼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관련 규정을 이용해 영풍 측의 의결권을 제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의 조치에 반발한 MBK와 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첫 심문 기일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이르면 금주 초에 의결권 행사 여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이 기각되면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법원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면 지분율이 앞선 영풍 측이 이번 주총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MBK에게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은 변수다.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사태에서 대주주인 MBK가 사실성 '먹튀'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 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투자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가 이끄는 영풍·MBK 연합을 지지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5년 국민연금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원금 942억원과 이익금 2189억원 등 총 3131억원을 회수했지만 투자 당시 약정된 수익률을 감안하면 아직 약 9000억원가량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국민연금은 MBK의 적대적 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고려아연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MBK를 향한 정치권의 비판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현안질의에서 "고려아연을 MBK가 적대적 인수를 하려고 하는데 MBK가 인수하면 홈플러스 짝이 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된다"며 "MBK의 인수 과정을 보면 굉장히 악질적인 사모펀드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