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의회, 군법 개정안 처리정부 요직 군인 겸직 가능해져수조원 투자 현지 진출기업들 긴장
  •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AP 연합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AP 연합
    인도네시아가 군사정권으로 돌입하면서 현지에 진출해있는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계엄령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이제 해외에서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됐다. 

    24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인니 의회는 지난 20일 논란의 군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군인은 정부 요직 겸직이 가능해졌다. 전역하지 않고 현역으로도 대법원, 검찰청, 테러방지청 등에서 일할 수 있다. 

    인니는 지난 1967부터 1998년까지 약 30년간 '수하르토' 독재정권을 겪은 바 있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이번 군법 개정안이 수하르토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문제는 인니에 한국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국내 주요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 인니에 일찌감치 진출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인니에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으며, 향후 2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 15억5000만달러(2조2700억원)이 투입된다.

    자동차 공장 뿐만 아니라 배터리 공장도 지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니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는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이는 전기차 15만대에 탑재될 수 있는 양이다. 

    에코프로그룹의 경우 이동채 전 회장의 주도로 '인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계열사 에코프로머터리얼즈는 인니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다. 이번 군법 개정안으로 수비안토 대통령과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 출신 인사들이 14개 정부기관에서 겸직할 수 있게 되면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 노동 규제가 엄격해져 현지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들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재원 확보를 위해 외국 기업에게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원을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인니 군사정권의 볼모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아직 투자를 본격적으로 집행하지 않은 에코프로 등은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